[르포] 편안함과 치유를 만나는 시간 '강진'
[르포] 편안함과 치유를 만나는 시간 '강진'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10.3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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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영랑 김윤식의 고장…곳곳에 남은 흔적
남도의 정 만끽할 수 있는 농가 민박 '푸소' 인상적
강진만 갈대·다원·가우도 등 자연 경관·즐길 거리도
전남 강진군 푸소에서 맞은 아침 풍경. (사진=남정호 기자)
전남 강진군 푸소에서 맞은 아침 풍경. (사진=남정호 기자)

지난 27일 빌딩 숲 서울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용산역에서 KTX로 1시간40여분 걸려 도착한 광주송정역에서 버스로 1시간여를 더 달리자 익숙하면서도 한동안 잊고 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산(茶山)이 머물고 영랑(永郞)이 나고 자란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은 전남 강진이다.

강진(康津)은 한자로 '편안한 나루터'라는 뜻을 지녔다. 주변으로 영암군과 해남군, 장흥군, 완도군과 맞닿아있다. 광주광역시-강진 고속도로가 오는 2026년 개통 예정이고 강진을 지나 목포와 보성, 순천, 부산을 잇는 경전선 철도 전철화도 내년 완공을 앞둬 지역 접근성이 더 향상될 전망이다. 

다산 정약용이 기거했던 전남 강진군 사의재. (사진=남정호 기자)
다산 정약용이 기거했던 전남 강진군 사의재. (사진=남정호 기자)

◇ 18년간 머문 다산…그의 흔적 가득

강진을 얘기할 때 다산 정약용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다산은 이곳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그만큼 강진 곳곳에는 그의 흔적이 남아있다. 먼저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지를 옮긴 후 처음으로 기거했던 '사의재'가 있다. 그는 이곳에서 4년여간 머물면서 '경세유표'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있는 사의재는 2007년 옛터를 복원한 곳으로 다산이 즐겨 먹었다는 아욱된장국과 바지락전을 맛볼 수 있다.

전남 강진군 강진다원. 멀리 보이는 산이 월출산. (사진=남정호 기자)
전남 강진군 강진다원. 멀리 보이는 산이 월출산. (사진=남정호 기자)

다방면 조예가 깊었던 다산은 차(茶)에도 관심이 많았다. 강진에 유배 온 다산은 현지 제자들과 '다신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제자들은 매년 차를 만들어 1년간 공부한 글과 함께 다산에게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 제자들 중 가장 어렸던 이시헌은 평생 이 약속을 행했고 이는 이한영 등 이시헌의 후손들에게로 이어지며 100여 년간 지켜졌다. 이런 이야기를 지닌 차 산지 강진에는 현재 33만㎡ 규모 녹차밭 강진다원이 있다. 푸른 녹차밭은 인근 월출산 자락을 배경 삼아 장관을 이룬다. 곳곳에 설치된 서리 방지용 팬도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다원 인근에는 한국 최초 녹차상표 브랜드인 '백운옥판차'를 맛볼 수 있는 '이한영 차문화원'이 있다.

전남 강진군 강진만 생태공원 내 갈대밭. (사진=남정호 기자)
전남 강진군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밭. (사진=남정호 기자)

◇ 하늘하늘 춤추는 '강진만 갈대'

강진만 일대에는 약 66만㎡에 달하는 갈대밭이 있는 생태공원이 있다. 이곳은 탐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지역으로 1131종에 달하는 각종 생물이 서식한다. 갯벌 여기저기에선 무리지어 나와 꿈틀거리는 짱뚱어들과 붉은발말똥게, 각종 고둥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서식지기도 하다. 때문에 공원에는 큰고니를 형상화한 다리와 조형물이 곳곳에 마련됐다. 

전남 강진군 푸소에서 제공한 남도 가정식. (사진=남정호 기자)
전남 강진군 푸소에서 제공한 남도 가정식. (사진=남정호 기자)

◇ "다 풀고 가소"…정 가득한 민박 '푸소'

푸소(FU-SO)는 강진이 자랑하는 농가 민박 프로그램이다. '필링-업, 스트레스-오프(Feeling-Up, Stress-Off)'의 준말이면서 서남방언으로 '덜어내다'라는 뜻을 중의적으로 담았다. 1박2일과 2박3일, 일주일 살기 등 일정을 선택해 남도 현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현재 농가 90여곳에서 운영 중이며 농가마다 텃밭 가꾸기와 농작물 수확, 가축 먹이 주기, 어촌·다도 체험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적한 농가에서 햇빛과 바람, 별빛을 벗 삼아 망중한을 즐길 수도 있다. 직접 기른 채소 등 각 농가가 특색에 맞게 정성껏 한상 가득 차린 남도 가정식을 아침·저녁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강진군 영랑생가 앞. (사진=남정호 기자)
전남 강진군 영랑생가 앞. (사진=남정호 기자)

◇ '모란이 피기까지는'…시인 김영랑의 고향

강진은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잘 알려진 영랑 김윤식이 나고 자란 곳이다. '북에는 소월이요, 남에는 영랑'이라 일컬어지는 그는 저항시인, 서정시인으로 이름 높다. 이곳에는 영랑의 생가가 있다. 생가 앞에서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먼저 시선을 끈다. 문턱을 넘으면 영랑과 부모가 살았던 안채와 사랑채가 있다. 이 안채와 사랑채는 1906년 건축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국가지정문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생가 주변으로는 영랑의 작품 세계와 상징성을 나타내는 '세계목란공원'과 '시문학파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남 강진군 가우도. (사진=남정호 기자)
전남 강진군 가우도. (사진=남정호 기자)

◇ 따분함이 찾아올 땐 '가우도'로

편안함이 따분함으로 바뀔 즈음이면 분위기를 바꿔줄 곳이 있다. 가우도다. 이 섬은 강진 8개 도서 중 유일한 유인도로 제트보트, 집라인 등 각종 액티비티와 모노레일, 흔들다리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육지와 연결된 다산다리, 청자다리를 따라 도보로 섬을 일주하며 산과 바다, 갯벌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황가오리가 많이 잡히는 지역 특색을 딴 황가오리빵도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