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에 이름을 올렸다. 백우석 OCI 회장 역시 17년 간 CEO로 활약하며 차 부회장을 이은 장수 경영인으로 꼽혔다. 10년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는 CEO는 유통 업종에서만 5명으로 조사됐다.

22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1조원 이상 국내 대기업 231곳 중 올해 상반기 기준 대표이사를 조사한 결과 10년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는 비오너 CEO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오너, 친인척 등 특수 관계에 있는 경영자는 제외됐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05년 1월1일부터 18년째 CEO로 활약해 가장 오랜 기간 대표이사 타이틀을 유지했다. 차 부회장이 공식 임기 만료 시점인 오는 2025년 3월28일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 20년 간 CEO로 활약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쌍용제지에서 CEO를 지낸 시기를 고려하면 대표이사 경력만 25년이다.

차 부회장에 이어 백우석 OCI 회장이 가장 오랜 기간 CEO로 활약하고 있다. 백 회장은 지난 2006년 3월17일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17년 간 CEO로 지내고 있다.

한승구 계룡건설산업 회장 역시 지난 2008년 1월 처음 대표이사에 오른 뒤 올해까지 15년 간 CEO직을 이어오고 있다. 김팔수 서희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2009년 3월에 CEO에 올라 14년 간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고원종 DB금융투자 부회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등 금융사 CEO 3명은 모두 지난 2010년부터 13년 간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2년 CEO에 선임돼 11년째 대표이사를 유지하는 경영인은 박준 농심 부회장, 오규식 LF 부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등 3명이다. CEO 경력 10년차에 해당하는 2013년 선임된 대표이사는 김인규 하이트로진로 사장,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사장, 박근원 서울도시가스 대표,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 4명이다.

특히 차석용 부회장을 비롯한 박준 부회장, 오규식 부회장, 김인규 사장, 박홍진 사장 등 유통 업종 CEO 5명이 10년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유통 업종 CEO는 업종별 10년 이상 CEO 중 가장 많았다.

이어 계룡건설산업·서희건설·GS건설 등 건설 업종과 메리츠증권·DB금융투자·DB손해보험 등 금융 업종이 각 3곳으로 뒤따랐다. OCI·서울도시가스 등 에너지 업종이 2곳, 반도체 업종에서는 DB하이텍이 10년 이상 경력 CEO를 지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대표이사 직함을 공식 보유한 CEO는 32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오너가(家) 54명을 제외하면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268명으로 파악됐다. 또 올해와 지난해 사이에 대표이사에 처음 선임된 CEO는 106명이었다. 비율로 보면 39.6%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전문경영인 10명 중 4명의 CEO 경력이 1년 혹은 2년 이하라는 의미다. 3∼4년차는 88명(32.8%)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5년 미만 경력 CEO 비중은 전체의 70% 이상이다. 이외 5∼6년 47명(17.5%), 7∼9년 13명(4.9%)이었다. 10년 넘게 대표이사 타이틀을 유지하는 비오너 경영자 14명의 비중은 5.2%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연구소장은 “최근 기업의 최고 직위인 회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전문경영인은 과거보다 점차 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오너 3∼4세 경영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경영에 매진해온 전문경영인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는 사례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성은 기자

이성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