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중국 출점후 3년 만에 철수 '쓴 맛'…새 성장동력 발굴 의지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이 연내 미국 괌 출점을 공식화했다. 글로벌 시장 재진출 선언이다. 2005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3년 만에 매장을 철수하면서 쓴 맛을 봤던 그다. 문 회장은 자체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 기반의 수준 높은 K-커피로 전 세계에 이디야 깃발을 꽂겠다는 계획이다.
문창기 회장은 23일 경기도 평택 드림팩토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12월 괌에 진출할 것”이라며 “(매장) 인테리어는 거의 완료됐고 구체적인 오픈일자도 곧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괌은 미국령 섬 지역이다. 전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한국인들도 자주 찾는다. 이디야는 지난해 자체 스틱커피 ‘비니스트’를 미국에 첫 수출했다. 문 회장은 향후 미국 본토 출점을 계획 중이다. 상대적으로 출점 부담이 적은 괌 매장을 미국 진출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2001년 첫 선을 보였다. 문창기 회장이 2004년 이디야를 인수한 이듬해인 2005년 중국 베이징에 130여평 규모의 매장을 내면서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브랜드들과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수익성 급감으로 3년 만에 철수했다.
문 회장은 “(해외시장에서) 커피 하나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이 컸다”면서도 “이번엔 다르다”고 말했다. 커피 외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해외 진출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했지만 당시엔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첨단 원두생산설비 도입, 제품 다양화…"준비 완벽"
문 회장이 글로벌 재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건 2020년 4월 준공한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 때문이다. 400억원의 자금이 투입돼 4000여평, 총 3개층 규모로 조성된 드림팩토리는 이디야의 최첨단 원두 생산시설이자 R&D(연구개발) 근거지다.
이 공장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위스 뷸러, 독일 프로밧의 최첨단 로스팅 설비가 도입됐다. 연간 최대 6000톤(t)의 로스팅 원두와 자체 스틱커피 브랜드 비니스트, 가맹점용 파우더 등 여러 원재료가 생산되고 있다. 특히 생두 투입, 선별, 로스팅, 포장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 공정으로 높은 작업 효율성과 품질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디야는 드림팩토리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미국, 몽골, 호주, 대만, 중국 등에 비니스트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등을 수출하며 해외시장 재진출을 위한 채비를 했다.
문 회장은 “전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느꼈다”며 “지금은 드림팩토리를 통해 로스팅 원두, 비니스트, 커피믹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끝냈다”고 자신했다.
◇본사·공장에 걸린 '대한커피 만세'
이디야는 국내 커피 브랜드들 중에 가맹점이 가장 많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해 업계 첫 3500호점을 오픈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와 함께 커피 빅(Big)3 브랜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으로 충성고객을 빠르게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올 들어 여러 대형 커피 브랜드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디야는 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 커피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함께 메가커피, 더벤티, 컴포즈커피 등 1000원대 중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출점으로 이디야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 회장이 글로벌 시장에 다시 눈을 돌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회장은 “국내 커피시장은 상당히 포화됐다”면서도 “해외에서 이디야커피 출점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그간 (해외 진출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 드림팩토리 공장에는 서울 본사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함께 ‘대한커피 만세’라는 문구가 걸렸다. 토종 커피 브랜드라는 자부심과 함께 K-커피 세계화에 이디야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회장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디야커피를 맛보게 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며 “드림팩토리는 이 같은 꿈의 산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외 어디에서나 이디야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회장은 최근 조직 정비와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 차원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출신의 이석장 대표, GS그룹 출신의 권익범 대표를 잇달아 영입했다. 두 전문 경영인을 앞세워 글로벌 진출과 같은 신사업 추진과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