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탄소 제로 등 '순환경제 모델' 구축 시동
환경·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한 SK에코플랜트가 AI 활용부터 그린수소 생산까지 환경사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혁신기술 도입과 연구개발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 제로와 탄소 제로 등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선도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국내 최초로 소각로 AI(인공지능) 운전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는 소각장은 있지만 이 데이터를 저장·활용하는 곳은 SK에코플랜트가 처음이다.
SK에코플랜트는 소각 시설에 설치된 센서 200여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중 60여가지 변수를 추려 알고리즘을 만들고 AI가 학습하게 했다. 이를 SK에코플랜트가 운영 중인 소각 시설에 적용한 결과 일산화탄소는 66%, 질소산화물은 33% 감소했다. 소각 폐열을 활용한 스팀 생산량 증대와 소모성 자재 연한 증대 등 효과도 확인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같은 솔루션을 이 회사 소각 시설 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소각 시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구축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소각 시설에서 폐기물을 태운 후 남겨지는 소각재를 재활용하는 '폐기물의 자원화'에도 공들이고 있다. 소각 폐열을 활용해 전기·스팀 생산은 물론 소각 후 남는 재까지 재활용해 소각장을 순환경제 모델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씨엠디기술단과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소각재를 보도블록이나 대형옹벽블록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착수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를 통해 원가경쟁력 확보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소각재 매립량을 최소화해 매립장 포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수처리 분야에서는 분리막 전문 환경기업 퓨어엔비텍과 함께 분리막을 활용한 수처리 기술인 MABR(Membrane Aerated Biofilm Reactor)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MABR은 분리막 표면에 생물막을 붙여 미생물을 성장시키고 분리막 내부에 미생물이 하·폐수를 정화할 때 필요한 산소를 직접 전달하는 기술이다. 분리막을 통해 산소를 미생물에 직접 공급해주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산소 전달률이 3배 이상 높고 송풍기 가동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도 줄일 수 있다.
하·폐수를 정화한 뒤 남는 찌꺼기(슬러지)의 새로운 활용 방안도 모색 중이다.
SK에코플랜트 에코랩센터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세대학교는 산학연 합동으로 하수 찌꺼기와 가축분뇨, 음식물류 폐기물, 산림폐기물, 해조류 등 유기성폐자원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이 기술은 기존과 달리 메탄 생산과 바이오가스 고질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수소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20배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또 1000도 이상 고온이 요구되는 개질 과정도 생략돼 화석연료 사용도 줄일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기존 환경사업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에서 폐기물 제로와 탄소 제로가 현실화된 순환경제 모델 '제로시티'를 구현할 방침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환경사업은 폐기물 관리, 처분업이 아닌 새로운 순환경제의 한 축"이라며 "국내 1위 환경기업으로서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을 고도화하는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