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의 93.1%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영 환경이 유지되거나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우선 경제 정책로 '규제 혁파'가 꼽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12일 발표한 '새 정부 출범, 중견기업계 의견 조사'에서 중견기업의 44.2%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영 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48.9%는 기존과 동일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향후 경영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중견기업은 6.9%에 그쳤다. 매우 악화될 것으로 내다본 비율은 1.6%로 집계됐다.
중견련 관계자는 "특히 도소매, 기계장비, 건설, 운수 업종 중견기업의 기대감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선 예비후보 시절 중견련과 인터뷰는 물론 국정 과제에서 확인되는 민간 주도 성장, 산업의 핵심인 중견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3월17일부터 같은달 25일까지 중견기업 18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견기업계는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 활성화(67.6%)를 꼽았다. 국민 통합(13.3%), 정부 개혁(5.9%), 노동 개혁(4.8%) 등이 뒤를 이었다.
중견기업계가 지목한 최우선 경제 정책 과제는 '성장 저해 규제 혁파'(32.4%), '중견·중소기업 육성'(25.0%),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 개혁'(23.4%) 등 순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은 '규제 혁파'(38.8%), 비제조업은 '중견·중소기업 육성'(30.6%)을 1순위 경제 정책 과제로 선택했다.
중견기업 육성 정책 과제로는 '대기업 수준의 규제 완화'(31.9%)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견기업 특별법 상시법 전환 등 중견기업 육성 정책 기반 강화'(21.8%), '초기 중견기업 성장 부담 완화'(19.1%), '신산업·신기술 경쟁력 강화 지원'(18.6%) 등 요구도 확인됐다.
중견련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판로, 수도권 입지 등에서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대다수 지원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오히려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기존 경제·산업 정책의 과도한 규제에 대한 중견기업계의 부담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인들은 새 정부가 중견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 관련 재정·세제 지원 확대(42.0%)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5.5%) △유턴지원 등 투자하기 좋은 환경 조성(21.3%) 등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제조업(35.0%)과 비제조업(47.2%) 모두 '고용 관련 재정·세제 지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제조업은 '유턴지원 확대 등 투자하기 좋은 환경 조성'(30.0%), 비제조업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5.9%)를 2순위로 꼽았다.
중견련 관계자는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원활한 부품 공급 등을 위한 제조업의 국내 투자 수요가 증가한 만큼 유턴지원 등 투자 환경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야별 최우선 과제로는 고용·노동 분야 '근로시간 유연화'(35.6%), 세제 분야 '법인세율 인하'(32.4%), 기술 경쟁력 분야 'R&D 세제·금융 지원 강화'(37.8%), 수출 경쟁력 분야 '공급망 관리 및 원자재 안정'(54.3%), 탄소중립·ESG 경영 분야 'ESG 경영 기업 인센티브 마련'(30.9%) 등이 지목됐다.
박일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견기업계의 기대감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로 조속히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성장사다리의 원활환 순환을 회복할 획기적 수준의 규제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중견기업 정책 매거진 '중심' 가을호 서면 인터뷰에서 "중견기업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라면서 "중견기업들이 마음껏 성장하고, 고용을 창출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수위는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를 통해 '성장지향형 산업 전략'을 제시하면서, 2024년 일몰을 앞둔 '중견기업 특별법'의 상시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