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금융 혁신 전쟁의 ‘공유’는 누구인가? 이 주인공 자리를 두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을 제대로 부산행 열차에 태우느냐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이 눈길을 끈다.
2일 은행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는 산업은행 기능 자체의 전면 재수술 논의까지 부각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서울에 남아야 제대로 기능을 펼칠 수 있다는 시각에서는 최근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공유처럼 띄운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이상한 공약에 맞서서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각도에서의 해석이다. 한편 새 시대에 걸맞은 정책금융 기능 요청에 부응하자는 개혁론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역경에도 부산행 열차에 희망의 씨앗을 실어 보낸 인물로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뜨거운 감자는 부산 이전 이슈다. 금융중심지가 서울과 부산 두 곳이므로, 정책금융 등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부산에 보내 기능 강화에 방점을 찍는다는 게 윤석열 캠프의 뜻이다. 금융중심지는 다수 금융기관들이 모여 금융산업 활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런던, 뉴욕, 홍콩, 도쿄 등이 그 예다.
한국도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다만 금융산업을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본래 의도가 아직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 등을 부산으로 과감히 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음 이슈는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다. 이는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지명 과정에서 다시 떠올랐다. 이 총재는 과거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에서 일정 역할을 맡았던 터라, 그를 둘러싼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민영화 추진의 정당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찬반 논의도 재조명됐다.
또 최근 한 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을 3개 부문으로 쪼개고 과감히 군살도 빼야 한다는 빅스텝 구조조정 안이 나오기도 하는 등 의미심장하고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4월20일 열린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행사에서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산업은행 기능을 재편해 중소기업 금융 지원과 상업금융 부문은 다른 기관에 이전하거나 민영화를 추진하고, 구조조정 금융과 혁신 기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은 산업은행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우선 근래 KDB생명 매각 문제가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2010년 산업은행 품에 안긴 뒤 10년 넘도록 처리를 시도해 왔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이 또 다시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KDB생명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등도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 오랜 기간 국내 산업 구조조정 역할을 담당하며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는 신뢰 자체가 신기루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헐값 매각 시비 등을 피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각종 제약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협상력과 자회사 관리 능력 부족이 심하다는 평이 나온다.
산업은행 노조 등에서는 물론 기능 분리가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MB 시절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분리를 시도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반성하고 재통합을 했다는 지적이다. 민영화 시동을 건 2010년부터 다시 구체제로 회귀한 2014년까지 정책금융 실적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한 산은 노조 관계자는 “2010년 1조2478억원이던 정책금융공사의 연결 총포괄이익은 그 다음해 절반(7958억원)으로 감소했고 2012년에는 2198억원 적자 등으로 나빠졌다”고 짚었다. 산업은행도 그 무렵 정책금융을 떼어 냈는데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줄곧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문제를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개혁 필요가 크다는 점을 외면하긴 어렵다. 더욱이, 이 정책금융 분리 시도와 재통합 등을 겪던 때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던 때라 정책금융 등에서 수익을 낼 사정이 아니었는데 이를 간과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대두된다.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콤팩트한 정책금융 등의 조직을 고려하자는 주장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금융기관은 한 번 설립되면 조직과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고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혁신이 어려운 상황도 만난다”며 개혁 필요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