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광해군 뒤엔 인조, 박정희 뒤엔 전두환…윤석열 뒤엔?
[데스크칼럼] 광해군 뒤엔 인조, 박정희 뒤엔 전두환…윤석열 뒤엔?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4.12.24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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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쫓겨난 왕은 2명이 있었다. 조선 제10대왕 연산군과 제15대왕 광해군이다.

현대사에선 최근 10년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대통령이 1명에서 곧 2명이 될 예정이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에 이어 현재 탄핵이 가결된 윤석열 제20대 현 대통령이다.

쫓겨난 대통령은 아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임기 도중 피살(1979년)되며 중간에 대통력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500년이 지나는 동안 2명의 왕만이 타의에 의해 내려왔는데, 최근 50년 간 3명의 대통령이 끌려 내려올 판이다. 우리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았는데,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연산군과 광해군에 이은 박정희,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 이 5명은 조선‧한국의 최고권력자에 있었음에도 모두 불명예를 안고 강제로 끌려내려 왔다는 점이 공통분모다.

조선시대 연산군과 광해군은 각각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에 의해 폐위를 당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암살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한 첫 대통령이 됐다.

다만 사유를 보면 조금씩은 달랐다. 연산군은 폐비 어머니 윤씨 사건으로 갑자사화를 일으킨 후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내며 전국을 공포로 만들었다. 광해군은 글로벌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청나라로 외교의 손을 뻗으려 했지만 대신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며 폐위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켰음에도 최고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부녀 대통령을 이룩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를 옆에 둔 게 화근이 되면서 비선실세의 국정장악으로 탄핵됐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 4명의 사유를 모두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산군처럼 계엄령을 발동해 전국을 공포로 만들었다. 광해군처럼 반대파의 강력한 반대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사람으로도 포섭하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정권 유지를 위해 힘으로 누르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 뒤에도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판단이 남아 있지만 빠르게 그다음을 생각해야 할 때다.

실제 우리는 네 번의 ‘폐위‧탄핵’ 역사 속에서 두 번의 다음정권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광해군 다음 정권인 조선 제16대왕 인조는 국제적 정세를 읽으려하지 않은 채 결국 청나라에게 전국을 유린당했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백성들의 삶은 고통스러웠고 인조는 조선 최악의 군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대를 떠올려보자. 군사력을 동원한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은 ‘5·18 광주사태’ 등으로 수많은 젊은 인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금 모든 초점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맞춰진 듯하다. 그리고 현재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37% 압도적 1위에 올라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준비의 우선순위는 차기 대통령이 아닌 ‘제왕적 대통령 체제’ 혁파에 맞춰줘야 한다. 여야가 번갈아 국정을 이끌 때마다 벌어지는 보복정치가 주를 이루는 만큼 ‘제2의 윤석열 대통령’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탄핵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차기 대권 경쟁에선 대선후보와 정당들은 시민과 기업들을 위한다는 공약 이전에 ‘제왕적 대통령’ 해소를 위한 개헌과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더 이상 한쪽 ‘정당’ 선택‧지지가 아니다. ‘제왕’ 혁파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정확히 간파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또한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다음 준비를 위해 지금부터 ‘제왕 혁파’ 피켓을 들어야 하겠다.

[신아일보] 송창범 산업부장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