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고생산성 업종과 고숙련성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 재편이 시작됐다. 또한 인공지능(AI) 등 발전으로 중숙련 일자리의 대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유오피스와 유연근무 등이 뉴노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산업간, 직업간 양극화가 감지되며 팬데믹 이후에도 이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산업별 취업자수는 대면 서비스 제약, 비대면서비스 확산, 산업별 업황 등에 따라 모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팬데믹 기간 중에는 서비스업 내에서 일자리 특성에 따른 고용재조정이 일어났다. 비대면서비스업(운수창고, 정보통신 등) 취업자수가 증가한 반면, 대면 서비스업(도소매, 숙박음식 등) 취업자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에 IT 서비스 등 정보통신 분야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고, 대면 숙박업과 음식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운수·창고업으로 분류되는 배달원이나 택배원 등으로 흘러들어간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1990년대 이후 고용재조정은 경제의 서비스화(제조업→서비스업)에 기반해 진행됐지만, 팬데믹 와중에는 일자리 특성에 따른 고용재조정이 주를 이뤘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산업구조가 생산성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변화하는 현상이 부각된다. 코로나19 이후 산업별 노동생산성 변화를 살펴보면, 노동생산성은 고생산성 산업에서 상승하고 저생산성 산업에서는 하락하면서 산업별 생산성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고생산성에 해당하는 금융보험업과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의 업종 노동생산성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사이에 증가했다. 반면, 저생산성 산업인 운수창고업과 예술스포츠여가업, 숙박음식업 등의 경우 노동생산성이 감소했다. 현재까지의 흐름이 향후 계속될 경우, 산업구조가 팬데믹 이후 근원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숙련성 일자리의 감소로 고숙련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금까지의 출퇴근 패턴 등 사회 전반의 모습까지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중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 변화가 어떻게 될지 좀 더 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확산, 플랫폼 노동자 증가 등 일자리 환경 변화와 자동화 확산 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기술대체가 많아지면서 반복적인 중숙련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숙련이나 저숙련 일자리로 양극화되는데,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일자리특성별 취업자수 증감률을 보면 중숙련 일자리의 경우 1.7% 감소한 반면, 고숙련과 저숙련은 각각 0.5%, 3.9% 증가했다.
신기동 경기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뉴노멀로 자리잡는 비대면 업무와 유통산업 구조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단순사무직 감소로 인한) 공유오피스화 등으로, 전통적인 상업중심지의 공실률 급증 등 상업공간구조의 재편이 촉진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