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은 지난해 마트사업부 대표에 이어 올해 이(e)커머스사업부, 백화점사업부와 유통군 총괄 대표까지 외부 인사로 교체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부진을 떨치기 위해 꺼내든 외부수혈 카드다. 업계 안팎에선 롯데쇼핑이 환골탈태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롯데쇼핑 내 요직에서 ‘롯데맨’들이 사라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작년 말에 단행한 2021년 임원인사에서 강성현 대표를 마트사업부 수장으로 선출했다.
강 대표는 프로모데스그룹·한국까르푸·BCG 등을 거쳐 2009년 롯데에 합류했다. 10년 이상 롯데 소속이지만 공채 중심의 정통 롯데맨은 아니다.
강 대표는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트렌드·환경변화에 안목이 높은 유통전문가로 통한다. 실제 강 대표는 2018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 선임 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는 강 대표가 만년 3등 롯데마트의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후 올해 4월 이커머스 분야 전문가인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로 영입했다. 나 대표는 1996년 롯데가 첫 직장이지만 이후 삼성물산·현대자동차그룹·LG텔레콤 등을 거치며 롯데의 색을 뺐다.
특히 롯데는 나 대표에게 백화점사업부장에게만 적용되던 부사장 직급을 부여해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롯데ON(온)’ 도약이란 임무를 맡겼다. 나 대표는 롯데쇼핑 내 다른 사업부에서 이커머스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을 이커머스사업부로 일원화하는 등 이커머스사업부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의 이러한 외부수혈 기조는 지난달 25일 단행된 2022년 임원인사에서 확대됐다. 롯데쇼핑은 유통군(기존 유통BU)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와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자리에 각각 김상현 전 DFI리테일 그룹 대표와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내정했다.
롯데쇼핑은 1979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에게 대표직을 맡겼다. 특히 순혈주의가 강했던 백화점사업부 수장에 경쟁사 출신 인물을 발탁한 사례도 처음이다.
김상현 대표는 미국 P&G 입사를 시작으로 한국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쳐 홈플러스 부회장 DFI리테일그룹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롯데는 김 대표가 국내외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기에 놓인 롯데 유통사업 전반의 재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책이 주어진 셈이다.
정 대표는 삼성그룹 공채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백화점 이탈리아 지사장,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 신세계그룹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신세계맨’이다. 정 대표는 그간 경험과 노하우로 롯데백화점 경쟁력을 제고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롯데 인사는 오랫동안 백화점 중심으로 이어온 공채 순혈주의에서 환골탈태하기 위한 자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인사에서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1명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에서는 제법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