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작은 정당 없애는 식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아"
국민의힘 대형 악재… "손바닥 뒤집듯 약속 뒤집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권 구도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최종적인 결과에 이르지 못했다"며 "통합을 기대하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통합의 목적은 중도와 보수가 연합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 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판데믹 극복을 비롯한 기후위기, 과학기술혁명, 미·중 신냉전 등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전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정권교체가 과거 기득권 양당이 반복해온 적대적 대결정치의 도돌이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지층 확대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의 과정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담대한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국민께 정권교체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을 드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와 국민의당, 많이 부족하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꿋꿋이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용기를 내어 걷겠다"면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겠다"고 했다.
앞서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승패와 무관하게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당은 지난 6월 22일 합당 실무협상에 돌입했으나 당명 변경, 야권 단일 대선후보 선출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달 27일 실무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자신의 대권 행보에 미칠 손익을 판단하고 독자행보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안 대표는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선 "앞으로 계획은 향후 따로 말씀드릴 시간을 갖겠다"며 "우선은 당을 추스르고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논의해 길을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안 대표의 결정으로 대선판이 일단 3자 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도층에서 확장력을 갖춘 안 대표가 지지세를 결집해 가면 야권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평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유감입장을 내놨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국민의당 입장을 존중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 대변인은 "과도한 지분 요구, 심지어 당명 변경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나왔으나 모두 양보하고 양해하는 자세로 임했다"며 "하나의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더 큰 요구들이 추가됐던 게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쪽이 통합에 더 절실했는지, 어느 쪽이 한 줌의 기득권을 더 고수했는지는 협상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대변인은 "서울시장 재보선 때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