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 '노조추천이사제' 의중 안갯속…법 문제로 초점 이동
윤종원 기업은행장 '노조추천이사제' 의중 안갯속…법 문제로 초점 이동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3.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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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만에 바뀐 온도 차…"법 개정 필요" 언급 후 움직임 없어
전문가 "노조추천이사 필수 선임 취지 아니면 현 제도서도 가능"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기업은행)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기업은행)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윤 행장은 최근 노조추천이사 추진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법 개정을 언급했지만, 기업은행 내부나 금융위에서도 이와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 선임을 필수화하려는 게 아니라면 현행 법 규정 안에서도 충분히 추진 가능한 제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31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1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당시 윤 행장은 "근로자추천이사제(노조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서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르면, 기업은행 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일반 시중은행은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기업은행은 행장이 여러 사외이사 후보 중 적임자를 금융위원회에 제청하면 된다.

윤 행장은 작년 1월 취임하면서 기업은행 노동조합과 노사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취임 1년 만에 처음으로 법 개정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노조추천이사제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추천하는 후보 한 명이 반드시 사외이사가 되도록 하는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이 수정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것이 제도화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법을 비롯한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행장이 밝힌 대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뚜렷한 행보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에서도 아직 법 개정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기업은행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임면을 결정하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다만, 법 개정과 관련해 기업은행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추천하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하는 데에는 법 개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업은행의 경우,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고, 이에 따라 노조 추천 이사를 선임하면 되기 때문에 의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노조 추천 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준다는 취지라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추천 이사제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 개정을 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면, 이는 기존 절차와는 또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 노조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운영과 관련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 은행권에서 노조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이사회 내용을 외부로 전달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존재할 것"이라며 "이사를 선임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운영에 대한 부분도 은행 측에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