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한채양도 버거운 코로나19…신세계조선호텔 여전히 위기
재무통 한채양도 버거운 코로나19…신세계조선호텔 여전히 위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1.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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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낙점 취임 1년 지났지만 코로나19에 허덕, 만성적자 지속
그룹 미래먹거리 공격적 사업확장, 수익성 악화로 수천억 자금 수혈
대형 악재 속 외형만 키운 한 해, 효율적 사업관리·실적개선 급선무
올 10월7일 오픈한 신세계조선호텔의 5성급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 부산’ 조감도. (제공=신세계조선호텔)
올 10월7일 오픈한 신세계조선호텔의 5성급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 부산’ 조감도. (제공=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조선호텔은 그룹 재무통으로 알려진 한채양(55) 대표가 경영을 맡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뾰족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맞서고 있지만, 내실은 갈수록 예전만치 못한 형국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10월 한채양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넘어가는 가운데, 올해 내내 코로나19 악재에 허덕이며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044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476억원보다 30%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4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은 지난해 동기보다 3.5배가량 더 커졌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최근의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정 등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째 적자 늪에 빠질 가능성은 크다.

한 대표는 지난해 10월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계조선호텔을 심폐소생하기 위해 부임했다. 

한 대표는 그룹 살림살이 전반을 총괄한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2001년 그룹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 후, 조선호텔 대표를 맡기 전까지 줄곧 재무관리를 전담해 왔다. 2015년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을 때도 그룹 내 6곳 계열사에서 사내이사와 감사 등을 겸하며 그룹 재무를 맡았다.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 (제공=신세계그룹)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 (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조선호텔 수장으로 한채양 대표를 선임하면서,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수익성 개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용진 부회장이 호텔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만큼 사업 확장도 동시에 주문했다는 후문도 새나온다. 

당시 정 부회장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사업장을 2023년까지 9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정 부회장이 호텔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그룹 살림살이를 도맡았던 한 대표를 조선호텔 수장으로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 대표는 조선호텔을 맡은 후 사업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전까진 롯데호텔, 호텔신라 양강 구도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공격적으로 5개의 호텔을 열면서 위상은 꽤 올라간 상황이다. 

조선호텔은 올 10월 5성급 ‘그랜드 조선 부산’과 비즈니스급 ‘포포인츠바이 쉐라톤 명동’ 등 2개 호텔을 잇달아 열었다. 올 연말엔 경기 성남 판교에 라이프스타일 호텔 콘셉트의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내년 1월에는 제주도에 ‘그랜드 조선 제주’가 문을 연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서울 강남 르네상스호텔이 있던 자리에 최상급 호텔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오픈도 예정됐다. 

특히, 그랜드 조선과 그래비티, 조선 팰리스 모두 신세계조선호텔의 독자 브랜드다. 기존의 조선호텔을 대표했던 서울·부산 웨스틴조선과 포포인츠 서울역은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제휴한 브랜드다. 그룹은 신세계에 걸 맞는 독자 브랜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 한채양 체제 때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 중 오픈 예정인 조선호텔 독자브랜드의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조감도. (제공=신세계조선호텔)
내년 상반기 중 오픈 예정인 조선호텔 독자브랜드의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조감도. (제공=신세계조선호텔)

다만, 이 같은 공격적인 확장은 수익성 악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 대표 체제 이전인 2018년 신세계조선호텔의 영업손실은 124억원이었지만, 취임 이후 올 1~3분기 내내 매출 감소는 물론 손실은 지속됐다. 적자 폭 역시 크게 확대됐다. 수익성 개선에 여지가 보이지 않자, 모기업인 이마트로부터 올 4월 1000억원, 이달 2700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3700억원가량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을 받았다. 앞서 지난 4~5월 약 두 달간 4개 호텔 사업장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업도 실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의 재무구조를 두고, 이마트의 대규모 자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영업환경 정상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자금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는 신세계그룹 내에서 기획·재무관리에 워낙 잔뼈가 굵어 조선호텔에서도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컸다”면서도 “코로나19로 호텔업 경영 전반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긴 하나, 한 대표가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은 내놓지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금의 사업 확장은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 미래 투자며, 경쟁력을 키워가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호텔업은 장기적인 브랜딩 산업”이라며 “이마트로부터의 유상증자는 호텔 재무구조 개선과 회사 성장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시장 특수성에 맞춰 호텔 포트폴리오를 다각적으로 구성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자브랜드 호텔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