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하하호호∼!’
농촌 고령화로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시골마을 하동군 고전면 고하리가 요즘 청년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주인공들은 지난 7일 하동읍성 입구인 고하리 주성마을에서 고하 버거&카페를 개점한 최준호(40·전주) 대표를 비롯한 젊은이 7명.
요즘 농촌마을에서 흔치 않은 30∼40대 연령의 이들은 서울·부산 · 대구·충남·전북 등 출신지는 다르지만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 등으로 인연을 맺어 경제공동체·생활공동체에 뜻을 두고 이곳으로 귀촌한 것이다.
시골 생활이 처음이라 전국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정착지를 찾다가 지난 봄 벚꽃이 만개할 즈음 하동을 둘러보다 최적의 정착지로 찾아낸 곳이 바로 고하리 주성마을이다.
고하리는 하동읍성이 있을 만큼 과거 하동의 중심지로서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읍성이 이전하면서 산업체계의 변동 등 여러 요인으로 하동의 변두리가 됐다.
그러나 이곳은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옛 하동읍성 문화유적과 어릴 적 추억이 서린 배드리장터,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같은 정두수의 아름다운 노랫말 향기가 남아 있어 여느 농촌과는 색다르다.
그곳에 지난 5월 말부터 전국 각지에서 하나 둘씩 모여든 청년 7명이 하동읍성 문화유적과 배드리장터, 시골의 여유로운 사회적 거리를 콘텐츠 삼아 옛 명성을 재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우선 7명이 기거할 농가주택을 구입하고, 가게를 낼만한 330㎡ 규모의 옛 미곡창고와 홈스테이를 할 만한 방 3칸짜리 빈집을 빌려 건물 구조물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벌였다.
특히 카페 부분은 주성마을의 하늘과 공기와 자연을 방문객에게 최대한 전달할 수 있는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꾸미는데 신경을 썼다. 수십 년간 비어 있던 미곡창고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청년들 스스로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고하 버거&카페로 변신한 것이다.
그리고 홈스테이는 같은 마을에 수 년 동안 방치돼 있던 빈집에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단독형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모여 하는 공동사업의 의미 또한 멋들어진다. 수제 버거와 카페의 이름은 마을의 이름을 따 ‘고하 버거’, ‘카페 고하’, ‘스테이 고하Re’로 지었다.
파티셰(고수연·32·서울), 요식업(김준영·32·대구), 수제버거 운영(최준호), 게스트하우스 운영(안효진·40·태안), 투어 운영(정선영·48·부산) 시티투어 운영(김경호·36·대구) 등 경력도 다채로운 만큼 주특기(?)에 걸맞게 서로 업무를 분담해 가게를 꾸린다.
지역공동체를 위해 카페 메뉴는 하동 특산물을 주요 재료로 삼고, 차·커피·버거·음료·디저트 등 메뉴개발도 청년들이 도맡는다.
그리고 카페의 로고도 하동읍성의 좋은 기운이 방문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동읍성에 오래된 나무와 읍성 형태를 본 따 제작했으며, 하동읍성과 지역의 스토리를 활용한 하동만의 로컬투어 상품 및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단독형 주택 ‘스테이 고하Re’는 고하리를 새롭게 재조명해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환경친화적 제품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스테이 고하Re’에서는 요가·명상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며, 투어 운영 경험이 있는 정선영씨는 앞으로 하동 청년 커뮤니티 맵핑과 함께 하동 콘텐츠형 투어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청년들은 버거&카페 개점에 앞서 그동안 고하리 정착에 많은 도움을 준 마을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난 5일 작은 마을잔치를 열어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다.
최준호 대표는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이 공동체 삶과 경제 공동체로 성장해 농촌에서 자립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청년들이 농촌이 가진 기회를 발견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해 ‘청년=도시’라는 등식을 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을잔치에 참석한 이양호 면장은 "고전면을 선택해 젊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준 청년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 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하동/ 이수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