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후 셀트리온 자체 생산, 국내외 공급
셀트리온이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부문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 첫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Takeda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 AG, 이하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셀트리온이 다케다로부터 인수할 사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 사업이다.
셀트리온은 해당 사업부문을 총 332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인수는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기업결합신고 등 각 지역 관계당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 올해 4분기 내 사업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제품군은 이 지역에서 2018년 기준 약 1억4000만달러(한화 약 1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당 제품군에는 글로벌 개발신약인 ‘네시나’, ‘액토스’(이상 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반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특히, 네시나와 이달비는 각각 2026년, 2027년경까지 물질 특허로 보호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한국과 동남아, 호주 시장에서 각기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판매를 이어갈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당분간 다케다 제조사를 이용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향후 기술이전 과정을 거쳐 셀트리온제약의 c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생산시설에서 이번에 인수한 주요 제품을 생산해 국내와 해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셀트리온의 첫 번째 대형 M&A 건으로, 이를 통해 셀트리온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셀트리온은 고품질 국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국가의료재정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이번 거래가 셀트리온의 성장전략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인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당 제품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 조기 안착시킬 예정이다.
또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 셀트리온이 그 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온 바이오의약품 제품군에 강력한 케미컬의약품 제품군을 보강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도약하겠단 포부다.
셀트리온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일반의약품 제품군을 확보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숙한 셀트리온 브랜드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R&D 역량을 토대로 개량신약과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신약 파이프라인 도입을 통해 당뇨·고혈압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기존에 추진 중인 미국 및 글로벌 조달시장 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국내 당뇨와 고혈압 환자는 1700만명에 달하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 보유한 환자도 전체 고령인구의 60%를 넘어서는 등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다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 인수는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던 당뇨·고혈압 필수 치료제를 국산화해 초고령 사회에서의 국민보건과 건보재정 건전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올라서는 성장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2019년 아이큐비아 집계 기준 각각 3조원과 2조7600억원 규모며, 2030년에는 총 11조원으로 시장 규모가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