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에서 논란이 됐던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이 제외되고, 경제 상황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계획대로 반영된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 확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7일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확정안은 노동부가 3차례의 전문가 토론회와 온라인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을 거쳐 초안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초안에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기업 지불 능력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번 확정안에서는 기업 지불 능력이 빠졌다.
앞서 전문가 토론회는 지표화가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기업 지불 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하면 사업주의 무능력에 따른 경영난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게 되고, 결국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낮추는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임서정 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추가·보완하되 기업 지불 능력은 제외하는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 등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임 차관은 또 “(기업 지불 능력은) 결과적으로는 고용의 증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준으로 보완될 수 있고 기업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등 지표는 경제 상황의 지표와 중첩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의견 등에 따라 결정기준에서 기업 지불 능력을 제외하는 대신 경제 상황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보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초안에서 ‘고용수준’으로만 돼 있었는데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고려하기 위해 보다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초안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한 틀은 확정안에서도 유지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로 꾸려지는 구간설정위이 최저임금의 상‧하한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이 범위 안에서 노‧사‧공익위원 심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구간설정위원은 노‧사‧정이 각각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해 9명으로 구성하게 된다.
임 차관은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성,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는데 이는 추후 제도 운용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결정위원회 노·사·공익위원은 7명씩 모두 21명으로 구성된다. 노‧사 위원은 주요 노‧사 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되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포함해야 한다. 공익위원 7명 중 3명은 정부가 추천하고 4명은 국회가 추천한다.
이와 관련, 임 차관은 “당초 초안은 (공익위원 추천이) 국회 3명, 정부 4명이었으나 추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국회 추천 몫을 확대했다”며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 15건 중 10건이 국회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정부와 국회가 공익위원을 함께 추천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가 이날 확정안을 토대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돼 유지된 지 30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바뀌게 된다.
확정안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부터 적용되려면 다음달 중순까지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법상 노동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차관은 “현재 국회에 70여 개 최저임금법안이 계류된 만큼 개편된 방식으로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심의·의결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