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김경준, 젊은 사람이 지금도 반성 안 해"
이명박 "김경준, 젊은 사람이 지금도 반성 안 해"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6.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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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에 대해 물어보지도 못하게 해"
"도움 될꺼라 생각했는데 결국 사기"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BBK 투자자문의 김경준씨에 대해 서슴없이 비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오늘 검찰에서 김경준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하는걸 보니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며 입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우선 "김씨의 부모님의 한 분은 권사고, 한 분은 장로라면서 저를 찾아와 아들, 딸 둘 다 변호사 만들었다길래 감동적으로 들었다"며 "한국에 와서 첫 투자금융을 시작한다고 해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김씨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저는 젊은 사람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분야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기성이었다"며 "일을 해보니 김경준은 BBK는 자기 회사라며 한마디도 물어보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BBK와 관련해 문제가 생겨서 물어보니 화를 벌컥 냈다. 화가 나니까 영어로 막 얘길하는데 3분의1이 욕 같았다"며 "그래놓고 몇 개월이 지나 '금융감독원에 BBK를 잘 봐달라고 얘기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BBK가 뭐냐'고 하니까 '그건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허수아비냐, 내가 로비스트냐'하며 못한다고 했더니 정색을 하면서 '당신하고는 이제 같이 일 안하겠다'고 했다"면서 김씨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 배경도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재판 이게 관심 둘 만한 일인가"라며 "140억원 받으면 받고, 못 받으면 못 받는 건데 무슨 대단한 재판인 것처럼 그러느냐. 그것(140억원) 아니면 회사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관심을 갖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다스 소송을 이렇게 말하면 책잡힐까 싶어서 그동안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면서 "젊은 사람이 지금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말했다. 오늘 이 말은 하고 가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BBK는 재미동포 사업가인 김씨가 1999년 4월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다. 이 전 대통령은 김씨와 함께 2000년 2월께 BBK의 지주회사격인 종합금융회사 LKe뱅크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스는 BBK가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2000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90억원을 투자했고, 김씨는 BBK 등록이 취소되자 옵셔널벤처스를 설립해 주가 조작으로 벌어들인 자금 384억원을 횡령했다.

그 결과 다스는 투자금 190억원 중 50억원만 회수하고 나머지 140억원을 날렸다.

김씨는 BBK 사건과 관련해 2009년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지만, 벌금을 내지 못해 형 만료 후 노역까지 마친 다음 2017년 3월 28일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