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코리아·KT&G ‘가격 경쟁’ 불보듯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담배시장의 화두로 부상했다. IT기술과 결합한 신제품들이 흡연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전체 담배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약 2~3% 내외로 추정된다. 하지만 11월 판매량만 놓고 보면 아이코스의 점유율이 국내 담배시장의 약 6%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등장하고 있다. 흡연자들이 선호하는 담배를 거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빠른 성장속도다.
하지만 시장 성장에 대한 낙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내에서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담배 업체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KT&G의 일반 담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억개비 이상 늘었기 때문.
KT&G의 일반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비춰볼 때 사실상 아이코스와 글로의 주 소비층은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의 일반 담배 소비층에서 건너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코스가 출시될 당시 필립모리스에서 출시된 일반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세제인상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을 인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관심사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글로벌 담배 업체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선점하고 있었지만 BAT코리아가 ‘글로’를 내놓았고 최근에는 KT&G가 ‘릴’을 출시하며 3파전 양상이 됐다.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최근 KT&G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을 4300원으로 결정하고 “당분간 가격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과거 던힐과 켄트, 보그 등 담배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리자 BAT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졌고,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비교적 높은 디바이스 가격이 진입 장벽인 만큼 전용 담배의 가격이 중요하다”며 “세금이 인상되면서 가격이 높아지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 4월 출시한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 ‘히츠’는 올 9월까지 5000만갑 이상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금액만 2150억원에 달한다.
특히 KT&G의 경우 해외에서 전용 담배를 수입하는 필립모리스나 비교적 유통망이 약한 BAT코리아에 비해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필립모리스가 판매하는 히츠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때문에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관세 등이 가격 경쟁에 있어 약점으로 꼽힌다.
BAT코리아의 ‘네오스틱’은 사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2014년 이후 유통방식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면서 KT&G에 비해 비교적 유통망에서 열세에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립모리스가 주력으로 지배력을 넓히고 있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내 KT&G의 대응이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향후 담배 3사의 수요확보 노력은 당분간 높은 강도로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