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정부의 동의없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하는 이른바 '단독 북폭설'이 27일 앞으로 다가온 5·9대선을 크게 흔들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단독 북폭은 한미연합사 운영 원칙상 애초 불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자신의 트위터에 '단독 군사행동'이 가능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올리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 북한이 총·대선을 앞두고 돌출행동을 통해 안보 이슈를 견인해 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이 한반도 긴장의 키를 틀어쥐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더욱이 탄핵 사태로 청와대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가 한반도 상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훈련 상황'이 아니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이처럼 대선 한복판에 터진 '트럼프 변수'에 주요 대선주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안보 걱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속내는 자신들의 선거 유불리에 있다.
가장 민감한 쪽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는 지난 10일 미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한반도로 향하며 긴장이 고조되자, "한국의 동의없는 군사행동은 안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음날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계속해서 핵 도발, 핵 고도화를 해 나간다면 그 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문 후보의 입장표명은 사실상 사드 배치를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의 급작스러운 입장 변경은 "안보 이미지가 불안하다"는 보수진영의 공세를 의식한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 후보보다 닷새전인 지난 6일, 사드 찬성으로 돌변했다.
국민투표까지 주장했던 안 후보는 국가간 합의라는 '상황 논리'를 들어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 후보의 돌변은 최근 보수 몰표에 힘입은 자신의 폭등세를 유지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사드 극렬 반대론자였던 박지원 대표 조차 반대 당론 변경을 검토해보겠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당은 남은 선거기간 보수층에 올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두 후보의 사드 말바꾸기를 비난하며 '안보 이슈'를 통한 판흔들기에 나섰다.
홍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사드배치를 두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긍정으로 돌아설 듯이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참 의아스럽다"고 썼다.
유 후보도 이날 경북 영천을 방문, "인제 와서 보수표를 얻기 위해 사드 한미동맹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며 "정말 그런 위험한 지도자들을 대통령으로 뽑아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두 사람은 탄핵 사태로 궤멸된 보수층이 안보이슈로 되살아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