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민간소비 부진이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의 주요 원인으로 고려되고 있다. 필자는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을 고물가와 신용카드 이용 증감률 둔화에서 찾은 바 있다.
즉,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뛰어넘어 장기간 지속 중인 외식물가 상승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속적 인하로 인한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거래 축소가 그것이다.
또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고정비 성격의 금융비용 증가도 소비부진의 원인이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장기간에 걸친 이자비용을 발생시켜 가계의 구매력을 제한한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조치에도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은 수준이며,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대출의 가수요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로써 향후 내구재 소비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구재 소비부진을 주도하는 대표 품목은 자동차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올해 1월의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 기준) 증감률의 경우 국내 승용차 구입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8.9%나 줄어들었다. 고가의 자동차 구입 시 할부금융 서비스 이용이 필요한데,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금융 축소조치는 내구재 소비 위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편 자동차 구입 이후 유지비로서 고정비 역할을 하는 자동차 보험료 역시 가계의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어 있어 보험료율 상승시 물가상승도 가져오는 주요 변수다.
그런데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향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4대 손보사의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이상 증가한 92.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향후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가계의 소비여력은 더욱 악화돼 자동차 구입 등 내구재 소비 부진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이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낮은 보험료율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방안이 필요한데, ‘자동차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추천서비스)’가 그것이다. 추천서비스는 이미 2024년 1월에 출시된 바 있다. 정책 취지는 좋았지만 동 서비스를 통한 실제 가입률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최근 추천서비스의 문제점을 보완한 추천서비스 2.0 출시가 예정되어 있지만, 높은 플랫폼 이용료를 징수하려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업체와 기존 보험소비자 이탈을 우려하는 손보사의 소극적 사업참여로 추천서비스 2.0의 조속한 출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추천서비스 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금융사업자의 사업참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업을 담당하는 캐피탈사는 소비자의 자동차 세부정보를 보유중이고 경쟁력 있는 중고차 플랫폼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캐피탈사의 추천서비스 진출은 차단되고 있다. 캐피탈사는 금융혁신서비스를 통해 추천서비스 사업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불허로 인해 사업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캐피탈사의 추천서비스 참여는 손보사가 독점하는 자동차 보험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역할로 작용해 보험료율 인하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캐피탈사는 할부금융업과 자동차 보험판매를 겸업함으로써 본업인 할부금융 사업확대를 위한 파격적 보험료 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른바 캐피탈사의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가 효력을 발휘할 경우 보험료 인하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가 기대된다.
이는 내구재 소비촉진을 통한 민간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자동차 금융 확대를 위해 추천서비스 진출을 희망하는 캐피탈사의 관련 금융혁신서비스 지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