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붕괴·추락 이어져…목숨 건 건설 멈출 대책 필요

지난 금요일 오후 노트북 화면에 쪽지창이 떴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라센트 현장 사고'
순간 시선이 '사고'라는 단어에 꽂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말 연초 잇단 대형 사고를 보면서 '사고'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서둘러 사고 상황을 파악했다. 서울 제기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예정 건물이 무너졌다. 작업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가고 작업자 1명이 다쳤다.
후배 기자가 올린 사고 기사를 승인하고 급한 업무를 마무리했다. 사고 현장이 멀지 않은 곳이어서 카메라를 메고 회사를 나섰다. 현장으로 가는 도중 언론을 통해 심정지 작업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건설 현장에서 또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주관하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사 중이던 다리 상판이 무너졌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운영하는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신고된 건설 현장 사망 사고만 올해 들어 27건이다.
국토부는 지난 4일 부실시공 방지와 품질 확보, 안전 문화 조성을 위해 올해 전국 2만2000개 건설 현장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을 전한 보도자료의 제목에는 '안전 강화 총력'이라는 표현이 달렸다. 국토부는 작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총 2만2871개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매년 안전을 강조하지만 사망 사고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발행하는 '국토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16건이던 건설 현장 사망 사고는 2021년 225건으로 늘었다. 2022년 202건으로 줄었지만 2023년 다시 227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상 사고까지 포함한 건설 현장 전체 사고는 한 해도 빠짐없이 늘었다. 2020년 4701건에서 2021년 5248건, 2022년 5900건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7240건으로 급증했다.
이러는 동안 건설 현장에선 매년 꼬박꼬박 200명 넘는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토안전 통계연보의 연간 건설 사고 사망자 수는 2020년 263명, 2021년 235명, 2022년 213명, 2023년 234명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연간 건설 재해 사망자 수 자료를 보면 통계연보와 수치가 다소 다르지만 △2020년 251명 △2021년 217명 △2022년 238명 △2023년 244명 △2024년 207명으로 역시 매년 200명 넘게 사망했음을 알 수 있다. '안전 강화 총력'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 정도면 정부 대책과 점검, 건설사의 자구책으로는 깨부수지 못하는 건설 현장 죽음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정부와 건설사가 병의 근본 원인을 모르고 엉뚱한 치료와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근본 원인을 알고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돌팔이 의사들에게 병든 대한민국 건설을 맡겨 놓은 꼴이다.
건설 관계자들은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아예 없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와 건설사가 아무리 관리해도 작업자 개개인 부주의까지 막기는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부담으로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닐 수 있다. 사고가 아예 없을 수 없고 개개인 부주의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려운 것도 맞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신경 쓰면 건설 현장에 안전 관련 비용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하고 사업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안전 문제를 양보할 순 없다. 현실 탓만 하는 건 건설 현장에 매년 200명 넘는 이의 목숨을 바치는 걸 당연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 잡는 건설을 멈출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