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효성 없는 가맹금 예치제도 폐지해야
[기고] 실효성 없는 가맹금 예치제도 폐지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5.03.1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만 가맹거래사(윤성만프랜차이즈법률원 대표)

가맹점사업자 피해방지 목적…불편·비용부담 가중
위반 시 모집제한·일정규모 이상 의무면제 '현실적'
 

가맹금 예치제도는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가맹비·교육비·보증금 등을 개점 전까지 보호하기 위해 2008년 8월4일부터 시행된 제도다. 일부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개점하지 않고 부도를 내거나 도피해 가맹점사업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사업자는 가맹금을 가맹본부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가맹본부가 지정한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이후 가맹점이 정상적으로 개점되거나 예치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야 가맹본부가 해당금액을 인출할 수 있다. 다만 가맹본부가 서울보증보험의 가맹금 피해보상보험증권을 발급받은 경우 예치 없이 직접 수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가맹점사업자와 가맹본부 모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우선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가 지정한 특정 은행의 계좌를 보유해야 하며 기존 계좌가 없으면 신규 개설해야 한다. 가맹 계약 시 불필요한 절차를 가중시키고 사업개시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은행에 예치된 가맹금은 일정기간 동안 가맹본부가 사용할 수 없으며 이는 초기 가맹점 개설 및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보증보험 이용 시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이 발생해 가맹본부의 운영비용이 증가한다.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가맹본부의 귀책사유로 가맹점 개점이 무산될 경우 가맹점사업자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맹점사업자가 은행이나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가맹금을 반환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에 가맹점사업자는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반면 불편과 비용 부담만 증가하는 상황이다.

가맹금 예치제도는 현재 정보공개서 등록제도가 정착되면서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다. 정보공개서 등록제도를 통해 가맹본부의 재무상태 및 가맹사업 운영현황이 투명하게 공개돼 가맹점사업자는 계약 체결 전에 가맹본부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맹금 예치제도 없이도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존재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가맹점사업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가맹금 예치제도를 강제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가맹본부의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가맹금 예치나 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가맹본부의 신뢰도를 개별 평가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처럼 모든 가맹본부에 동일하게 강제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가맹금 예치제도를 폐지하되 가맹본부의 귀책사유로 개점이 무산될 경우 가맹금을 반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위반 시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하고 신규 가맹모집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다.

만약 가맹금 예치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가맹본부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년도 기준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경우 예치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가맹금 예치제도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낮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모두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제도를 폐지하고 더 현실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정규모 이상의 가맹본부에 대한 예치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고 가맹본부의 운영부담을 완화해 건전한 가맹사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만 가맹거래사(윤성만프랜차이즈법률원 대표)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