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성장 본격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1위 사업군의 초격차 지배력을 강화하고 개선 사업군을 완전 정상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을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5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3월8일 회장으로 승진한 후 고강도 혁신을 통해 신세계그룹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독하게 일만하며 단기간에 점포 방문객 증가와 실적 개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낸 것이다. 수시 인사로 조직 긴장도도 높였다.

정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성장 페달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시장을 리드하는 계열사들은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시장 지배력을 위해 뛴다.

선봉장은 이마트다. 정 회장은 지난달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향한 의지와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정 회장은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후 작년까지 감소했다. 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는 효율적인 점포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올해 외형성장을 재개한다.

이마트는 올해 3곳에 이어 2027년까지 신규 점포를 3곳 이상 열 계획이다. 신규 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해 점포 신설을 구상 중이다. 올해 2곳을 포함해 새로 여는 점포 상당수를 트레이더스로 구상 중이다. 구체적으로 이마트는 2월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에 이어 상반기에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오픈한다. 하반기에는 인천에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올해 20곳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어 안정적 수익 확보에 나선다.

이마트는 단순히 ‘점포 수’ 증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매장을 고객이 ‘일부러 가고 싶은’ 접점 공간으로 만드는 게 신세계그룹의 핵심미션이다.

이마트는 이에 푸드마켓 등 차별화 매장을 지속 확충한다. 지난해 대구 수성구에 이마트 푸드마켓 1호점을 선보인 데 이어 상반기에 여는 고덕점이 푸드마켓으로 나오는 이유다. 이마트는 매장 리뉴얼을 통한 ‘몰 타입 전환’도 계속 확대한다.

점포 신설 및 리뉴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트레이더스를 아우르는 통합매입 시너지를 늘린다. 또한 ‘고래잇템’과 ‘가격파격선언’ 등 초저가 상품을 통해 고객들이 확실히 체감하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넘긴 것을 토대로 올해 초격차 지배력 확대를 지속한다. 스타벅스 매출규모는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막중하다.

스타벅스는 올해도 100곳 이상의 점포를 새로 연다. 스페셜 스토어도 확장한다. 스페셜 스토어는 제주, 의암호 등 수려한 풍광을 갖춘 명소에 여는 ‘더(THE) 매장’과 전통시장과 고택 같은 이색 공간에 여는 ‘콘셉트 매장’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국 11개 매장이 있다.

정 회장은 “한국만의 테마를 가진 ‘한국의 스타벅스’들이 ‘스타벅스의 한국’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진 사업군은 올해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뤄 확실한 성장 기틀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1년 전 회장에 취임한 후 부실 개선이 필요한 사업군 정비에 힘을 쏟았다. 신세계건설 대표 경질과 SSG닷컴과 지마켓의 수장 동시 교체,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물류 경쟁력을 높인 게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완성하는 ‘완전 정상화 원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SSG닷컴은 지난해 첫 연간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는데 올해 수익성 개선과 물류 경쟁력 강화를 가속화한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7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 커버리지를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충청권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했으며 올해 2월부터 부산과 대구로 범위를 넓혔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IT역량이 뛰어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G마켓의 상품력이 더해지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예상이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로 공정위의 심사 마무리 후 현물 출자에 대한 법원 인가가 이뤄지면 JV 설립이 마무리된다.

해외 기업과 JV 설립를 설립하고 물류 전문 기업과 전략적 협업을 맺는 것은 신세계그룹이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도전이다.

정 회장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며 특히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은 2월 상장 폐지를 계기로 더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을 더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신세계건설 재건을 위해 지난해 그룹 계열사 간 유기적 조율을 이끌었다. 또한 회장 취임 직후 경영전략실 허병훈 부사장을 건설 신임 대표로 임명하며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실천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3·4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개선된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결정적 무기는 바로 신세계그룹의 본업 경쟁력을 응축한 결과물인 ‘노브랜드’다. 노브랜드상품 도입 이마트24 점포 수는 올해 초 1000점을 돌파했다. 노브랜드 점포는 평균 일 매출이 전체 점포 평균 대비 38% 높게 나타났다. 이마트24는 올해말까지 노브랜드 점포를 2500개, 내년 4000개까지 각각 확대해 전체 점포의 60% 이상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성장을 위해 성과 중심의 수시 인사 기조도 이어갈 방침이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후 과거 관례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신속한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고객 만족이라는 그룹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고 성장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신상필벌에 입각한 인사는 필수”라며 “변화와 도전으로 성과를 낸 조직 구성원에는 합당한 보상을 하며 계속 혁신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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