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OK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 인수를 통해 저축은행업계 1위(자산 기준) 자리를 노리는 가운데,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불확실성 확대에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유동성·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고 나선 데다,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마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인수 비용 지출에 더해 건전성 제고를 위한 충당금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오는 13일까지 상상인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다.
앞서 상상인은 2019년 상상인그룹 최대 주주인 유준원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불법 대출, 허위 보고 등을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을 위배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상인그룹 저축은행 두 곳의 보유 주식 처분 명령을 부여했다.
상상인은 금융당국 명령에 불복해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명령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으로부터 판결이 확정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OK금융이 상상인을 인수하며 자산 기준 저축은행업계 1위 자리를 꿰차게 되지만 정국 혼란에 인수 의지가 꺽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탄핵 정국 불확실성 확대에 저축은행업권에 강도 높은 건전성을 요구하면서다.
안 그래도 금융당국이 PF 부실 우려로 저축은행업권의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 강화를 강조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건전성 관리에 더 고삐를 죈다면, OK금융으로서는 막대한 비용 지출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연체율은 8.73%로 집계된 가운데 상상인의 연체율은 15.06%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6.33%포인트(p) 높은 수치다.
상상인의 고정이하여신(전체 여신 중 석 달 이상 연체)비율도 업계 평균(11.16%)보다 11.11%p 높은 22.27%다.
높은 매각가도 부담이다.
상상인은 금융당국 지분매각 결정에 따라 앞서 지난해 10월 우리금융지주와 인수·합병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상상인 측이 제시한 희망 매각가는 2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OK금융이 상상인을 인수한다면 영업구역이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된다는 이점이 있다”며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2금융권은 유동성과 건전성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상상인의 PF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OK금융·상상인 관계자는 “현재로서 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