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이 "이번 수상으로 자신의 좌표를 알게됐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강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 대로 쓰려고 한다”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제게 의미가 컸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장편 ‘소설이 온다’에 대해 “이 소설(소년이 온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이 책이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지난 7일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인간이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했다.
입문서 추천에 대한 질문에는 ‘소설이 온다’를 추천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와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제주 4·3사건을 다뤘다.
한강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한 배경에 대해 “벌판 가득 수천수만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고, 하나하나의 나무 뒤쪽마다 무덤의 봉분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에 물이 밟혀 뒤를 돌아보자, 지평선인 줄 알았던 벌판의 끝에서부터 바다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며 이 꿈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힌바 있다.
아울러 한강 작가는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강 작가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