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자금 조달 여건 악화 중…당분간 관망세"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가 매매 거래를 웃돈다. 상반기에는 매매 거래보다 월세 거래가 적었지만 8월부터 10월까지는 월세 거래가 더 많았고 이달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매매 시장에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3549건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매매 거래를 웃돌았다. 이후 6~7월에는 매매 거래가 월세 거래보다 많았다. 그러다가 8월 월세 거래가 다시 매매보다 많아졌고 이달까지 같은 양상을 보인다. 25일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005건으로 신고 기한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도 월세 거래를 넘어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면서 매매보다 임차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등 정부의 대출 한도 제한 정책이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위축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이다. 이 지수는 아파트 매수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고 낮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서울에서 이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6월 넷째 주 이후 5개월 만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영향으로 매매 대기자가 줄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에 부담을 느낀 수요층이 월세로 선회하고 있는 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매매 시장 내 관망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금리 인하 시점을 보며 매수를 고려했던 수요자들이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매수 시기를 더 늦출 수 있다는 견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주춤한 가운데 정책 대출 및 제2금융권 대출이 제한되는 등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까지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수를 고려했던 수요자들의 주요 자금줄이 막히며 당분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짙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문턱이 높아지면서 거래 총량과 매매가격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커 보인다"며 "상승 피로감도 누적된 상황으로 연말까지는 같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