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5대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대통령에 한 번 더 당선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시즌2를 앞두고 시장은 바짝 숨죽여 지켜보는 모양새다. 트럼프 시즌2는 고금리·강달러 시대가 될 것이라는 가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관세 인상과 세금 감면이다. 수입품 관세를 올리면 물가가 올라가고 올라간 물가, 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금을 감면하면 세수가 줄어들면서 재정적자가 커지게 되고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반대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미국이 고금리가 되면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나 달러 가치는 올라간다. 더군다나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 상원과 하원 의회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아무도 막지 못하는 거침없는 질주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가정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 시즌1을 이미 보고 온 사람들이다. 2017년 1월20일에서 2021년 1월20일까지 트럼프 1기 시절에도 중국 견제를 위해 관세를 줄줄이 올렸고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감면했으며 당선되자마자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임 기간 전체를 보면 오히려 금리도 하락했고 달러 가치도 하락했다.
관세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공식이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는 1930년 말고는 맞지 않았다. 관세를 올려도 수입회사는 안 팔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손실을 보게 된다.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하락하자 2018년 하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60%, 나머지 국가 10~20% 관세 부과는 최대치를 의미하며 실제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이 될 수 있다.
법인세 인하 역시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내린 21%를 연장은 하겠지만 추가로 더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도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인생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으며 동전 양면과 같아서 기회와 위기는 항상 공존한다.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에 대출 규제 강화가 더해지면서 최근 서울 아파트시장 상승세도 꺾여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지역별 양극화는 뚜렷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아파트 공급계획 발표, 수도권 디딤돌 대출 규제 강화, 미국 트럼프 당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는 이런 보합 분위기로 지나갈 것 같고 내년 1분기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 불확실성은 2분기 이후 서서히 제거될 것이고 2026년 급감하는 입주 물량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전세시장 불안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까지 진행된다면 위축된 투자심리에 훈풍이 불 가능성은 높다.
특히 사업가인 트럼프 스타일을 감안하면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무조건 우리나라에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념이 아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문제다. 트럼프 시즌2 지나친 기대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불안과 우려만 할 필요도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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