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출근 준비로 바쁜 아내에게 물었다.
"주 4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아내가 답했다.
"완전 찬성이죠."
다시 물었다.
"지금 하는 일 양을 줄이지 않아도 4일간 해 낼 수 있겠어요?"
아내가 답했다.
"물론이죠. 업무 능률이 올라가고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주 3일제도 가능하겠네요?"
아내의 답은 이랬다.
"그건 좀 무리일 것 같네요."
회사에서 이번 주 수요일 '주 4일 근무제'를 주제로 포럼을 연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득 궁금했다. 사무직 직장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3일제는 무리일 것 같다고 하는 걸 보니 마냥 놀고 싶어서 4일제를 찬성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행사를 준비하고 소식을 전하면서 신아일보 기자들은 여러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업계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찬성하는 이들 중 몇몇은 격하게 환영 의사를 밝힌다. "주 4일제가 될 수 있게 신아일보가 물꼬를 터달라"고 하는 이도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너무 이른 것 아닌가?'라는 물음표를 단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은 맞다. 논의하더라도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산업, 다양한 기업, 다양한 근무 환경에 있는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답은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외면할 주제는 아니다.
주 4일 근무제라는 표현은 근무 일수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 입장에 따라선 거부감과 우려가 클 수 있다. 논의 초점을 '다가올 미래 사람은 얼마나 일하는 게 적정한가?'라는 질문에 맞춘다면 거부감이 조금은 덜할 것이다.
일단 한국 사회만 놓고 보자.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출산율 하락, 고령화 등으로 한국 노동 시장에선 이미 어쩔 수 없는 변화 움직임이 있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무서운 예측이 나온 건 이미 오래다. 출산율 하락은 노동인구 감소와 미래 국가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게 한다. 고령화에 따라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끌어 올리는 정책이 가시화한다.
이런 변화는 사람이 일하는 시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언뜻 보기에 근로 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유리하고 경영자에게 불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지금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충분한 때가 오면 경영진이 먼저 근로 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노동자는 근로 시간을 지키려 몸부림칠 수도 있다. 아직 노동력에 의존하는 지금의 산업구조에 갇혀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급속도의 변화와 그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내다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미래를 예측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단순히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다. 대비책을 찾기 위한 선행 과정이다. 대비 없는 예측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도출해야 할 결론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게 맞다', '늘리는 게 맞다', '유지하는 게 맞다' 이런 단답형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일하는 시간에 대한 고민은 '다가올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첫걸음일 뿐이다.
신아일보는 오는 13일 '신아경제포럼 2024'에서 민감하지만 피할 수 없는 주제에 작은 돌 하나를 던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