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 '재협상' 요구 가능성… 주한미군 철수 압박 우려도
'가치외교' 유지 고심할 듯… 尹 "정책 우선순위 대응해야"
윤석열 정부 안보 정책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후 내놓은 소감으로 "미국의 진정한 황금시대를 열겠다. 미국을 우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큰 부담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기 행정부에서도 집착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초 2026~2030년이 적용 기간인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맺었다. 적용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증액한 1조5192억원(약 11억달러)으로 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협상 타결 이후인 지난달 16일 폭스뉴스 주최 행사에서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병력 4만명(실제 2만8500명가량)을 배치했지만 "한국은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13조6500억원)를 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봤을 때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 출범 후 방위비분담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11차 방위비 협상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분담금을 기존 규모의 6배 규모인 연간 50억 달러(한화 약 6조9000억원) 수준까지 인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국회 비준을 거쳐 12차 SMA를 발효한다는 입장이나, 트럼프 당선인의 그간 기조대로 보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 등을 압박 카드로 제시하며 한미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그간 공을 들인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큰 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NCG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이어받는다고 해도 세부적으로는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CG의 경우 유지하는 대신 그에 따른 비용을 한국 측에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일 협력의 경우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가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2019년 트럼프 1기 때 출범했듯 이 역시 비슷한 성격의 협의체로 발전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미일 협력 관계가 나날이 견고해져 왔고 이러한 협력이 캠프데이비드 3국 협력 체계로 구축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1기 재임 기간 동안에 한미일 간의 협력을 잘 다져놓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으로서는 그간 과감하게 내세웠던 '가치외교'를 고수해야할 지에 대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을) 직접 만나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도 봐야 하지만, 실제 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서 밀어붙이는 참모들을 만나야 하고,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 대응해야 해서 정부가 바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