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유통잇슈’는 유통업계 담당 기자들이 한 달간 주요 이슈와 화제를 골라 핵심만 명료하게 짚어주는 ‘정리 정돈된’ 기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유통 뉴스들 중에서 ‘이것’만 알고 있어도 한 달 동안 업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가볍게 되새길 수 있다. <편집자 주>
2024년 10월에는 인기 예능 ‘흑백요리사’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유통업계 마케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업체들은 흑백요리사 신드롬(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처럼 전체를 휩쓰는 현상)에 발맞춰 인기 셰프들과 협업에 나섰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모처럼 독서 바람을 일으켰다.
편의점 빅(Big)3 세븐일레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 1988년 한국 진출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방증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구속을 면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상 최대 수주에 힘입어 업계 첫 연매출 4조원 돌파를 가시권에 뒀다.
◇흑백요리사·한강 노 젓는 유통업계
셰프 컬래버 제품 출시·작가 저서 재고 확보
유통업계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등 K(코리아)컬처 특수에 올라탔다.
편의점이 출연 셰프들과 협업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CU는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밤 티라미수 컵’를 선보였는데 해당 제품은 단 9일 만에 총 15만개가 판매됐다. CU는 또 ‘급식대가’ 이미영 조리사와 손잡고 다음달 간편식·반찬을 내놓을 예정이다. GS25는 ‘만찢남’ 조광효 셰프와 ‘만찢남 중식 시리즈 2종’을 출시했다. 그 결과 이 제품은 20여분 만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팔렸다. GS25는 이에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 ‘일식끝판왕’ 장호중 셰프, ‘철가방요리사’ 임태훈 셰프 등과 협업한 제품을 순차 발매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와 컬리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요리를 한 데 모은 기획전을 열었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과 지역 커뮤니티 당근은 출연 셰프 식당 예약서비스·정보를 제공 중이다.
한강 작가 열풍도 거세다.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책은 이달 16일 오전 9시 기준 103만2000부 팔렸다. 이들 3사 온라인채널에서 한강 작가 책 판매량 점유율은 9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유통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공을 들인다. 쿠팡은 한강 작품 8종의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SSG닷컴도 ‘안녕 가을 책방’ 기획전을 통해 한강 작가의 대표 작품을 예약 판매 중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문화센터에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K문학’ 강좌를 준비했다.
◇세븐일레븐, 사상 첫 희망퇴직…"인력 효율화"
현 직급 10년 이상 유지자…급여 18개월분 지급
세븐일레븐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국내 1호 편의점 브랜드로 1988년 법인을 설립한 지 36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이달 15일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시행 공지를 띄웠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사원 또는 현 직급 10년 이상 재직 사원이다. 신청자에게는 급여 18개월분과 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이 지급된다. 신청기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코리아세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대비한 다방면의 조직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업계 경쟁과 소비 침체 속에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48억원, 2023년 -551억원 등 2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4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마저 5%가량 감소했다.
코리아세븐을 포함한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희망퇴직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는 지난 6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앞서 5월에는 저성과 임직원 대상 권고사직도 진행했다. 이는 롯데온이 2020년 롯데그룹 유통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이래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낸 영향이 컸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8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이후 더딘 회복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 등으로 고전했다.
◇'티메프 쇼크' 큐텐 구영배, 구속 모면
류광진·류화현 영장 기각…검찰, 재청구 시사
구영배 큐텐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재판부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세 대표가 역마진·돌려막기로 약 1조5950억원의 판매대금을 가로챘으며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티몬·위메프 자금 692억원을 배임했고 671억원을 위시 인수에 사용했다고 봤다. 이에 이달 4일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기각사유를 분석한 뒤 수사 방향을 다시 검토해 재청구할 전망이다. 검찰은 증거보강 차원에서 큐텐의 또 다른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의 김동식 대표는 물론 고소인 자격으로 피해 입점업체(셀러)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티몬·위메프는 기업회생 절차가 착수된 데 따라 이달 10일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5만5000여명의 채권자 목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채권자 개별 신고기간은 이달 24일까지였다.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은 11월29일까지 티메프의 계속기업가치·청산가치 등을 판단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티메프는 주관사인 EY한영과 함께 스토킹 호스(인수 예정자 선정해놓고 공개경쟁 입찰 병행) 방식의 매각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 실적 고공행진…잇단 수주 '잭팟'
3분기 누계 3조2909억…업계 최초 4조 돌파 확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역대 최대 3분기 및 1~3분기 누적 매출을 달성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연매출 4조원 고지 점령도 무난해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 기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에 1조1871억원의 매출과 33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23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6% 각각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2909억원과 99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0% 각각 신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성장 전망치를 직전 +10~15%에서 +15~30%로 상향조정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기대 매출은 4조3411억원으로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같은 성장세는 글로벌 제약사와 잇단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생산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7월 1조4600억원, 이달 1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 5공장을 포함해 총 78만4000리터(ℓ)에 이르는 압도적 생산능력을 갖춘 게 주효했다. 수주 확대로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3공장은 지속 풀가동되고 있는 것은 물론 4공장도 램프업(가동률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