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다
[기고]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24.10.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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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라는 사자성어로 잘못을 제대로 고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면 반드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정책금융인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잠정 유예를 보면서 과이불개가 생각났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이나 신생아 출산 가구 등에 주택 구입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주택 가격 5억원 이하(신혼 가구는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2억5000만원(신혼 가구와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으로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70%(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80%)까지 대출할 수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택기금을 관리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시중은행들에 디딤돌대출 한도를 줄이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주는 10%p 추가 한도를 없애고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를 없애는 방법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인데 3억원 아파트를 구입하면 애초 2억1000만원이던 대출한도가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런 시도는 당연히 디딤돌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고 화들짝 놀란 정부는 '잠정 유예'라는 어정쩡한 답을 내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상태다.

정책을 시행하면 항상 반대급부(反對給付)가 존재한다. 반발이 있어도 필요하면 설득하면서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명분이 없거나 효과가 미비하다면 처음부터 시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하는 정책 상품까지 손을 댄 것은 정부가 선을 넘었다.

그래도 좋다.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디딤돌대출을 규제한다고 주택시장과 가계부채가 안정될까?

지금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만 과열이 되고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냉랭한 양극화 현상이다. 그런데 디딤돌대출이 가능한 주택 가격은 5억원까지다. 서울에 5억원 이하 아파트가 얼마나 되는가? 이 정도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거나 지방이다. 지방 주택 시장은 오히려 부양을 해도 모자랄 판에 규제를 하다니 안 그래도 땅에 떨어진 정책 신뢰가 지하실로 내려갔다.

최근 물량 앞에 장사가 없다는 공식이 깨졌다. 입주 물량 영향으로 전월세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만2000세대나 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세, 월세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도 정책 잘못을 제대로 고치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바쁘신 국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를 하지 않고 3년 유예라는 미봉책으로 슬쩍 넘어간 것이 결국 사달이 났다. 

3년 유예라 하더라도 결국 거주를 해야 하기에 집주인들은 전세를 놓지 않고 직접 거주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전월세 임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안 그래도 입주 물량이 부족한 서울에 간만에 나온 1만 세대가 넘는 대규모 입주장을 어설픈 정책으로 망쳐버렸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두 달 연기도 그렇고 계속 반복되는 정책 잘못이 부동산 시장을 더 왜곡하고 있다. 제발 민생과 경제문제만큼은 정부와 국회가 손을 잡고 과이불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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