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對 리얼웨이] 로고 없이 우아한 '올드머니룩' 뜬다
[런웨이 對 리얼웨이] 로고 없이 우아한 '올드머니룩' 뜬다
  • 정지은 기자
  • 승인 2024.10.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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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검정 코트, 코스 오피스룩…·모노톤 색감·부티 나는 실루엣
삼성 구호·LF 닥스 골프, 고품질 소재 강조·섬세한 디테일 살려
무신사·에이블리, 트렌치코트·캐시미어 니트 기본 아이템 인기

패션은 그 어떤 산업과 비교해 트렌드에 예민하다. 그만큼 유행 속도가 빠르고 주목도가 높다. 매 시즌 대세 트렌드에도 명품을 비롯한 하이패션과 개성 넘치는 스트리트 브랜드 간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 편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를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패션쇼 무대를 지칭하는 ‘런웨이’와 길거리 패션 ‘리얼웨이’로 비교해 본다. <편집자 주> 

샤넬 2024 F/W 컬렉션(왼쪽), 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 F/W 제품.

①체크셔츠 
②웨스턴룩
③조용한 럭셔리&올드머니룩
④드뮤어룩
⑤발레코어룩&코케트 코어
⑥긱시크룩
⑦워크웨어

로고는 없지만 고급스러운 소재로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것 같은 ‘올드머니룩’과 ‘조용한 럭셔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행하는 모습이다. 명품, 보석 등으로 치장해 부(富)를 과시하는 대신 소재와 디테일 등에 집중해 ‘기본에 충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드머니의 사전적 정의는 유산이나 상속으로 물려받은 재산이다. 여기서 파생된 올드머니룩은 세대를 거듭하며 부를 축적하고 명성을 쌓아온 상류층 의상 또는 이를 통해 영감을 얻은 패션을 의미한다.

올드머니룩 핵심은 ‘절제’와 ‘고급스러움’이다. 흰색, 검은색, 회색 등 모노톤으로 단조로움을 강조하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고전적인 우아함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화려한 패턴이나 디자인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나 부티 나는 실루엣을 추구한다.

(왼쪽부터) 샤넬, 에르메스, 코스 2024 F/W 컬렉션. 

패션쇼 무대인 런웨이에서는 올드머니룩을 클래식하게 풀어냈다. 절제된 세련됨이 대세인 지금 디자이너들은 고급스러움을 살릴 수 있는 ‘캐시미어’, ‘스웨이드’ 등을 메인으로 앞세워 단정한 디자인과 모노톤의 차분한 색감으로 풀어냈다.

샤넬은 울 소재의 검은색 코트와 같은 색인 가죽 벨트를 매치해 몸의 실루엣을 우아하게 살렸다. 에르메스는 빨간색 캐시미어 목폴라와 톤앤톤(같은 색을 톤으로 나눈 배색)으로 맞춘 브라운 재킷을 매치했다. 가방 역시 재킷 색상과 비슷한 브라운 계열로 맞춰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코스는 얇고 레이어드가 가능한 니트와 캐시미어 재킷을 매치해 단정하고 세련된 오피스룩을 완성했다.

스트릿 패션에서도 런웨이와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을 강조한 아이템이 유행이다. 검은색, 흰색 등 무채색의 색상을 주로 사용했으며 부드러운 스웨이드, 우아한 캐시미어 등을 활용해 은은한 고급미를 살렸다.

(왼쪽부터) 삼성물산 패션 르베이지, LF 닥스골프. [사진=삼성물산 패션, LF]

삼성물산 패션의 구호는 올해 F/W(가을·겨울) 시즌 대표 상품으로 브랜드 시그니처 아우터인 캐시미어 아이콘 코트를 선보였다. 아이콘 코트는 고품질 캐시미어 100% 소재로 제작돼 잔잔하고 고급스러운 광택감과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이다. 슬레이트 그레이, 카멜 베이지, 네이비, 블랙 등 인기 컬러뿐 아니라 헤링본 패턴의 라이트 베이지 컬러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소재뿐만 아니라 실루엣에도 신경을 썼다. 삼성물산 패션의 르베이지는 ‘차분한 럭셔리’ 콘셉트의 컬렉션을 출시했다. 통제되지 않은 듯한 독특한 질감의 소재에 주목하고 편안함을 잃지 않는 우아한 볼륨감을 살린 아이템들로 구성했다. 색깔도 흰색, 검은색 등 차분한 모노톤으로 연출했다.

스웨이드 재킷도 불티나게 팔렸다. LF의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의 경우 8월부터 스웨이드 재킷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해 9월 2주차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현재 스웨이드 하프 재킷은 2차, 봄버 재킷은 4차 리오더(재주문)를 진행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필드에서도 ‘조용한 럭셔리’가 강세다. LF의 골프웨어 브랜드 ‘닥스 골프’는 올해 F/W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을 강조하는 협업 신제품을 선보였다. 메인 라벨에는 봉제선 대신 열로 접착시키는 핫멜트 기법을 적용해 깔끔하게 마감하는 등 제품 전반에 걸쳐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왼쪽부터) 무신사에서 판매 중인 트렌치 코트, 에이블리에서 판매 중인 캐시미어 니트. [사진=무신사, 에이블리 홈페이지 캡처]

무신사에서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겉옷이나 스웨터 등 올드머니룩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캐시미어나 울 함량이 높은 소재나 카멜, 베이지 등 중성적인 톤으로 고급스러운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상품이 무신사 랭킹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에 따르면 한 의류 브랜드에서 발매한 ‘맥 하프 트렌치 코트’는 환절기 코트 랭킹 2위에 올랐다. 데일리로 착용하기 좋은 기본 디자인의 하프기장 트렌치코트로 고급스럽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캐시미어 원사를 이용한 니트 세트도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에이블리에서도 고급스러운 소재, 차분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의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절제된 멋스러움을 드러낼 수 있는 핀턱(주름) 팬츠, 셔츠, 트렌치코트 등 기본 아이템도 덩달아 잘 팔리는 추세다.

특히 지난 9월 캐시미어, 실크, 트위드 소재 상품 검색 및 거래액이 증가했으며 스웨이드 소재 역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캐시미어 니트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40% 늘었으며 캐시미어 가디건은 850%, 스웨이드 자켓 780%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로고가 없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올드머니룩이 유행하고 있다”며 “일상복은 물론 운동복, 골프웨어 등에서도 조용한 럭셔리를 강조하는 룩이 뜨면서 모노톤의 색상과 절제된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love1133994@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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