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연말 일제히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인선을 위한 경영 승계 레이스가 본격 개막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물론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임, 횡령 등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실패로 확률은 엇갈리고 있다. 은행장 연임 및 교체에 따라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금융권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편집자주>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는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보험사 CEO들 가운데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인물이다.
양 대표 모두 통합법인 초대 수장으로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고 요양산업 진출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앞장섰다는 점도 닮아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10일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12곳에 대한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KB금융지주도 같은 달 27일 대표이사 임기 종료를 앞둔 계열사의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이영종 대표는 199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신한은행 대외협력실 팀장, 미래전략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주사에서는 전략기획팀 본부장을 맡아 오렌지라이프 인수 실무를 담당했다. PMI(인수 후 합병) 작업을 위해 오렌지라이프에 합류,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내고 통합 신한라이프 전략기획그룹장(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지주 퇴직연금사업그룹장을 거쳐 2023년 1월 신한라이프 대표에 선임됐다.
이 대표가 이끄는 신한라이프는 호실적을 거두며 생명보험업계 3위 교보생명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신한라이프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4724억원을 기록해 업계 4위를 기록했다.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 인식이 있었지만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증가해 순익이 크게 올랐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3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4%) 증가했다. 특히 연납화보험료(APE)는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의 성공적인 진입과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전략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83.8% 성장한 8042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신성장동력인 시니어케어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신한라이프는 1월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 사명을 신한라이프케어로 변경해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올해 말 데이케어센터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오픈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노인요양시설과 실버케어(노인복지주택)도 문 열 계획이다.
이환주 대표는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 개인고객그룹대표 전무·상무와 외환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22년 전신인 KB생명보험 대표에 올라 2년여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을 진두지휘했고 지난해 통합 KB라이프생명을 출범시켜 초대 수장에 올랐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25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순익 단순 합산 1358억원보다 88.7% 많은 규모다. CSM 확대를 위한 단기납종신 중심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했고 금리 변동에 따른 FVPL(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익이 큰 폭으로 확대된 영향이다.
다만 올 상반기 실적은 다소 주춤했다. KB라이프생명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8.2% 줄어든 202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단기납 종신보험 출혈 경쟁에서 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험영업손익은 1597억원으로 전년 동기(1402억원) 대비 13.9% 성장했다.
이 대표는 2016년 KB손해보험이 금융권 처음으로 설립한 요양 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KB라이프생명에 편입시키면서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먼저 요양 사업에 진출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도심형 요양 시설, 국내 첫 실버타운 등을 운영한다. 내년까지 요양 시설 3개소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KB라이프생명은 이달 중 시니어 건강보험 '치매간병보험'도 출시해 보험과 요양사업의 연계 강화를 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대표 임기는 '2+1' 체계가 일반적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며 "양 대표 모두 통합법인 탄생 이후 조직을 안정화 시키고 실적을 향상시켰으며 선제적으로 시니어 사업에 진출한 점 등을 각 지주에서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