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쇼트컷] 홈플러스의 '묘수', 아직 응답은 없다
[박성은의 쇼트컷] 홈플러스의 '묘수', 아직 응답은 없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10.07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짜'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공식화 4개월째 답보 상태
경기침체와 높아진 불확실성, 낮은 업황 비중, 최대 1조 매각價 '부담'
사모펀드 MBK, 통매각 여의치 않자 전략적 선택…관건은 가격 조율
서울의 어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의 어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사진=박성은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묘수’가 딱히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2015년 7조원을 웃도는 막대한 금액으로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래 으레 그렇듯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하려고 했지만 마트업계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급부상,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던 게 ‘알짜’로 평가받는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할 매각이었다. 

◇반등한 업황, 경쟁사도 성장세
SSM은 마트의 다양한 구색과 편의점 못지않은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유통채널이다. 한편으로는 뒤집어보면 마트 대비 높은 가격대와 상품의 적은 가짓수, 편의점과 비교해 더딘 트렌드 등으로 포지션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늘 있어왔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의 득세로 SSM의 존재감은 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전체 유통채널에서 SS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3%에서 코로나19 마지막 해로 꼽히는 2022년 3.1%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 비중은 2.6%다. 절대적인 비중은 5년6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매출 증감률을 보면 작년 상반기 1.0%에서 올해 상반기 5.6%로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4인 가구에서 1~2인 가구 중심의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소용량’, ‘근거리 장보기’ 선호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SSM이 반등한 것으로 본다. 실제 경쟁 관계인 롯데슈퍼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GS더프레시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 성장률은 150%를 웃돈다. 

◇즉시배송 장착, 메가푸드마켓 공식 적용
홈플러스 내에서 SSM은 나름 알짜다. 2004년 중계점을 시작으로 올해 창립 20주년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에 310여곳을 운영 중이다. 최근 1년간(회계연도 2023년 3월~2024년 2월) 매출액은 전년보다 6%가량 늘어난 약 1조2000억원이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 안팎, 마진율은 8% 정도다. 

리뉴얼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리뉴얼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변화된 유통·소비 환경에 SSM이 하이퍼사업(대형마트) 대비 경쟁력 및 가치 제고 차원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사업과 결합한 ‘즉시배송’과 성공모델인 식품 콘텐츠 특화 점포 ‘메가푸드마켓’을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즉시배송은 온라인 주문 후 1시간 내 신선식품을 배달 받는 서비스다. 전국 매장에 80%에 해당하는 240여곳에 적용해 편리함과 신속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지역상권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최근 리뉴얼 오픈한 고양 마두점, 분당 푸른마을점, 서울 북가좌점 등은 메가푸드마켓 공식을 적용했다. 

근거리 쇼핑에 최적화된 퀵커머스와 신선식품·델리 등 먹거리 특화존, 소용량, 3000여종의 다양한 상품 가짓수 등을 앞세워 ‘SSM이 장보기에 안성맞춤인 플랫폼’이란 점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얼어붙은 투자심리…급한 건 매도자
홈플러스의 이 같은 투자는 결국 MBK가 원하는 성공적인 엑시트로 귀결돼야 하나 현실은 답보 상태다. 매각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지난 6월 SSM 사업 매각을 공식화한지 4개월째지만 물꼬는 아직 트지 못했다. 그간 쿠팡과 GS리테일, BGF리테일, C커머스 알리 등 국내외 대형 유통기업들이 인수 잠재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고 농협이 일부 점포 인수에 나선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모두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기대 매각가는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는 좋지 못하다. 여기에 유통업계는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사태 이후 비상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채널 간 통합 또는 점포 규모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SSM 업황이 반등하고 있긴 하나 여전히 국내 전체 유통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가 채 되지 못한다. 강성으로 꼽히는 홈플러스 노조는 SSM 매각에 비판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돈을 M&A에 쏟아 붓는 건 쉽지 않다. 

홈플러스 마트. [사진=박성은 기자]
홈플러스 마트. [사진=박성은 기자]

업계에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의 관건은 가격이고 급한 건 MBK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통매각이 쉽지 않다보니 전략적 선택을 한 건데 대내외 리스크가 큰 시기라 호재 타이밍은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속한 매각을 원한다면 잠재 후보군들에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가 가성비 좋은 선택이란 점을 어필해야 한다”며 “가격대를 낮추면서 수도권에 집중된 점포, 물류센터 보유라는 메리트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