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조사 중인 영천 은해사 구지(舊址) 조사결과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의 사찰건물지를 확인하고,‘용암(湧庵)’명문(銘文)을 발견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경북 영천시는 은해사 구지가 신라 헌덕왕 원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海眼坪)’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은해사의 전신 ‘해안사(海眼寺)’ 터로 알려진 곳이다.
‘팔공산은해사사적비’에는 1546년 인종원년에 대화재로 해안사가 소실되고, 명종원년인 1546년 왕실의 하사금으로 천교화상이 해안평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불법이 은빛바다처럼 널리 퍼진다는 의미’로 은해사(銀海寺)로 개명하였다고 한다.
국가유산청과 재단법인 불교문화유산연구소는 2015년 전국 폐사지 현황조사사업을 통해 이곳에서 다량의 유물과 석축을 확인하고 대규모 산지가람이 잔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24년 중요폐사지에 선정하여 2024년 7월 시굴조사를 실시했다.
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조선시대로 편년되는 건물지와 석축 등이 확인됐으며, 범자문 막새편, 평기와편, 분청사기편, 도기편 등이 출토됐다. 특히 출토유물 중에는 조선 세종 29년(1447년) 현재 조사지역에 ‘용암’이라는 암자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正統十二年戊辰三月日公山下湧庵’ 명 명문와가 확인됐다. 조사단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전기 ‘해안사’의 부속 암자인 ‘용암’이 존재하였음을 알려주는 자료로써, 은해사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로 판단했다.
시굴조사 결과에 대한 학술자문회의에는 영천 은해사 및 영천시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이 참석하여 은해사 구지에 대한 실마리를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이 확인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유적의 규모와 성격을 밝히기 위한 정밀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정밀발굴조사와 더불어 은해사 구지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조사구역 주변에 대한 학술조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 영천 은해사와 지자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영천 은해사 구지 시굴조사는 은해사 전신인 ‘해안사’의 흔적을 찾아 은해사 역사성 뿐만 아니라 팔공산 불교유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향후 유적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정밀발굴조사가 진행되어 영천지역과 은해사의 새로운 역사적․학술적 자료가 축적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