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유통 변화, 헬스케어 존폐 '촉각'…3세 신유열 '주목'
신동빈 회장 '경영목표 달성·재도약 위한 경각심' 당부
롯데그룹 임원인사에 업계 안팎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지주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이미 임원평가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철수설이 나오는 롯데헬스케어를 포함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은 긴장 상태다. 이와 함께 최근 지분을 늘리고 있는 오너 3세 신유열 전무와 관련한 인사에도 관심이 크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중순경 임원들의 자기 평가와 공적서 제출 등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롯데지주가 각 부문 대표이사들과 HQ(헤드쿼터)의 평가 등을 토대로 인사 시기와 폭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년보다 2개월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때문에 그룹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는 지난해 12월보다 1~2개월가량 일찍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의 이 같은 행보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발 빠르게 내년을 준비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2018년 이후 6년여 만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이 올해 6월 말 사업부 구조개선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공식화하며 물꼬를 텄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부문은 올해 7월 초 출장예산 감축 및 근태 운영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8월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도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계열사들이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롯데 주요 사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31% 커졌다. 3분기 컨센서스(시장전망치)상 영업손실 규모도 약 7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에는 281억원 흑자였다. 롯데쇼핑 중 마트사업부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보다 18억원 감소한 수치다.
롯데지주가 100% 자회사인 롯데헬스케어와 관련해 사업 철수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롯데헬스케어는 2023년에 2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이 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출혈이 크다. 게다가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7월 중소기업 기술도용 의혹을 받았던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도 준비단계에서 접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을 해도 잘 되지 않는 사업을 몇 개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에 롯데가 실적이 부진하거나 업황이 좋지 못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쇄신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임기만료 예정인 주요 임원으로는 각 사 2024년 반기보고서 기준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2025년 3월31일)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2025년 3월23일)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 부사장(2025년 3월29일)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슈퍼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2025년 3월28일)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부사장(2025년 3월23일)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사장(2025년 3월23일) △김주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 전무(2025년 3월25일)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2024년 12월8일)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2025년 3월22일)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 부사장(2025년 3월14일)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2025년 3월27일) 등이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대표이사 전무 자리도 공석이다.
오너 3세 신유열 전무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신 전무는 직전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가 됐고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등기임원)으로 발탁됐다. 이후 신 전무는 그룹 경영전략을 점검하는 상·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은 물론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 롯데이노베이트 미국 전기차 충전기 조립·생산 법인 설립 기념식, 미국 L7시카고 바이 롯데 그랜드 오픈 기념식,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착공식, 신동빈 회장 폴란드·벨기에 출장 등에 잇달아 참석·동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 6월 말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가 됐다. 그는 같은 달 롯데지주 주식 7541주를 매입한 데 이어 이달에도 4255주를 사들였다. 때문에 신 전무의 승계가 본격화됐으며 이를 위한 인사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하반기 VCM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지속 성장하는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