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넘쳤던 '2025년 매출 2500억, 영업익 250억 달성' 난항
와인시장 침체 지속…시총 1조 자신했지만 현재 400억대 수준
국내 와인 1호 상장사 나라셀라가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코스닥 입성을 발판으로 성장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실적과 주가는 하향세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시장점유율까지 하락하면서 입지도 좁아졌다. 오히려 코스닥 상장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라셀라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역성장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41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40억원보다 5.4% 줄었다. 영업손익도 23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순손실 규모는 3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억원의 영업이익, 5억원의 순이익을 낸 바 있다.
현금성 자산도 축소됐다. 올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3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51억원보다 37%(약 20억원)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장기차입금 총합)은 344억원으로 작년 동기 244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나라셀라의 역성장은 줄어드는 국내 와인 수입액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와인 수입액은 2억6329만달러(약 3534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16%가량 줄었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2년 5억8128만달러(7803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5억602만달러(6793억원)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도 하향세가 지속됐다.
◇주가 급락에 시장점유율도 하락세
나라셀라는 지난해 6월 국내 와인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와인 포트폴리오를 강점으로 내세운 나라셀라의 상장은 정체된 국내 와인시장에 활기를 줄 것으로 기대가 컸다.
나라셀라는 상장 당시 공모자금을 종자돈 삼아 와인 제품군 및 판매채널 확대, 자체 리테일샵 강화, 와인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오너 마승철 회장은 이를 토대로 ‘7년 내 시가총액 1조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2025년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이란 비전을 발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회사 상장 첫 해인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53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20.4%, 98.4% 급감했다. 또 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9월4일 기준 이 회사의 종가는 3800원, 시가총액은 489억원이다. 작년 6월2일 상장 당시 공모가 2만원, 종가 1만7500원이었다. 상장 당시 종가의 약 22% 수준으로 하락했다.
시장점유율도 줄어드는 형국이다. 국내 와인시장 상위 5개사는 나라셀라를 포함해 신세계L&B(엘앤비), 아영FBC, 금양인터내셔널, 롯데칠성음료다.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와인수입액 대비 매입액 비중으로 나라셀라 점유율은 2019년 7.09%에서 상장 직전인 2022년 7.25%로 높아졌다가 올 상반기 말 6.58%로 주저앉았다.
나라셀라는 상장 전까지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매출 469억원에서 2022년 1072억원으로 몸집을 꾸준히 키웠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6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영업이익률 11.2%의 업계 ‘알짜’ 수준으로 평가 받았으나 상장을 기점으로 지금의 현실만 놓고 보면 당초 기대와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당장의 경영사정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위스키·전통소주 외연 확장 '안간힘'
마승철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당시 “해외에서도 통하는 전통소주 제조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중장기 목표인 수입·유통·제조까지 아우르는 종합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침체된 와인시장 상황을 고려해 위스키, 전통소주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종합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한편으로는 와인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라셀라는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 독립법인 나라스피릿 위스키 사업을 편입한데 이어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 스테판 커리를 앞세운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젠틀맨스 컷’을 독점 수입했다. 또 전통 증류식 소주 자체 개발 및 생산을 목표로 동탄에 소주 제조 파일럿 시설을 완공하고 관련 인력을 채용했다. 시제품 생산도 마쳤다. 지난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주류 제조업’을 추가했다. 향후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주류 수입사에 그치지 않고 외연 확장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본지는 나라셀라의 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위스키 등 신사업 진행 상황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자 지속적으로 문의했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