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고 퇴직률도 감소하면서 인력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규채용이 가장 많이 축소된 업종은 IT전기전자로 LG디스플레이에서만 2년 새 2만명 이상 줄었다.
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28개사의 신규채용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총 2만1712명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채용 인원은 16만5961명으로 전년대비 21.2% 감소했고 2021년과 비교해도 11.6% 줄어들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신규채용을 줄인 곳은 조사대상 기업의 63%인 81개사였고 신규채용을 늘린 데는 37%(43개)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직원 퇴직율은 감소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퇴직 인원을 공개한 88개사의 지난해 퇴직 인원은 총 7만1530명으로 전년도(8만8423명)에 비해 19.1% 줄었다. 퇴직률은 2022년 7.8%에서 지난해 6.3%로 1.5%p(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21년(6.8%)과 비교해도 0.5%p 낮은 수치다.
신규채용 인원을 나이대별로 보면 인력 경직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회초년생인 20대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1년 8만394명에서 지난해 7만2476명으로 약 8000명(–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채용 인원은 6114명에서 9457명으로 3343명이 늘어 54.7%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에서 경력직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신규 채용 인원이 가장 많이 감소한 업종은 IT전기전자다. 2021년 신규채용 인원은 7만645명에 달했지만 2023년엔 35.7%(2만5205명) 줄어든 4만5440명을 뽑았다. 반면 퇴직 인원은 2만3712명에서 2만6873명으로 소폭 늘었고 퇴직률은 4.6%에서 5.3%로 0.7%p 상승에 그쳤다.
개별 기업 중에선 LG디스플레이의 인력 채용 감소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 신규 채용 인원은 3만3844명에서 59% 이상 감소한 1만3808명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도 3549명에서 739명으로 신규 채용 인원이 2810명 줄어들어 79.2% 감소율을 보였다.
이어 2차전지 업종에서 신규 채용 인원이 많이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4사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1년 1만9151명에서 지난해 1만413명으로 2년 새 45.6%(8738명)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신규 채용 인원도 각각 7640명, 1230명 줄었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은 2021년 395명에서 지난해 오히려 채용 인원을 671명으로 늘렸다.
유통은 세 번째로 신규 채용 인원이 감소한 업종이다. 지난해 신규 채용이 8977명으로 2년 전(1만3201명) 대비 4224명이 줄어들며 32.0%의 감소율을 보였다.
인원수로 보면 이마트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마트는 2021년 1만1313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지난해 3992명(-35.3%) 줄어든 7321명을 뽑았다. 롯데쇼핑도 신규 채용 인원을 대폭 줄였다. 같은 기간 422명에서 169명으로 253명 줄어 60.0%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전체 유통업종의 퇴직률은 낮아졌다. 2021년 유통업종 퇴직인원은 1만3136명(퇴직률 21.4%)이었는데, 지난해엔 9223명(퇴직률 16.3%)만 회사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카카오, NHN, 게임사 등 IT서비스 업종에서도 신규 채용은 줄어든 반면 퇴직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서비스 업종의 신규 채용 인원은 지난해 4759명으로 2년 전(6442명)에 비해 26.1%(1683명) 감소했다.
네이버가 838명에서 231명으로 신규 채용 인원을 607명(72.4%) 줄였다. 이어 카카오 542명(54.5%), NHN 132명(36.9%), 넷마블 88명(40.6%) 순으로 감소했다. 반면 이들 기업의 퇴직율은 같은 기간 9.3%에서 6.0%로 3.3%p 줄었다. 신입 직원은 덜 뽑고 기존 직원들은 덜 나가는 인력 정체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신규 채용을 나이대별로 공개한 99개 대기업 현황을 보면, 지난 2년 간 20대 신규 채용인원이 감소한 40개사 중에서 50대 이상 신규 채용 인원을 늘린 곳은 16곳이나 됐다. 코웨이의 경우 2년 새 20대 신규 채용이 –67.5%인 반면 50대 이상 채용은 100% 이상을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도 20대 55.4%↓, 50대 이상 133.3%↑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삼성생명 역시 20대 26.5%↓· 50대 이상 108.3%↑를 보였고 현대엘리베이터도 20대 17.3%↓· 50대 이상 280.0% ↑ 등을 나타냈다.
한편 신규 채용 인원에서 여성은 지난해 5만3538명으로 전년도(6만5709명)에 비해 18.5% 감소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p(31.2%→32.3%) 상승했다. 이 기간 여성 신규 채용 비중이 30%를 넘어선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43.7%인 56개사였다. 대부분이 식음료, 패션, 유통업종이었으나 카카오(69.2%), SK텔레콤(59.0%) 등 일부 IT기업은 여성 신규 채용 비중이 50%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