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면 출시 당시 '빅3' 자신…14년째 업력에도 "동참 연락 못 받아"
시장 선점 및 확장 기대했지만 농심에 밀리고 주력 '생면'도 주춤
![한국식품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 [사진=풀무원]](/news/photo/202407/1904587_1035136_748.jpg)
고물가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현재 마트 3사와 GS더프레시(슈퍼)에서 신라면, 진라면, 불닭볶음면, 팔도비빔면 등 국내 대표 라면 제품들의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다. 할인 폭은 최대 30%를 넘는다. 한국식품산업협회가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라면 빅(Big)4와 연계해 기획했다. 전 세계적인 K푸드 인기와 함께 올 들어서도 라면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이를 보답하기 위한 고객 사은행사다.
실제 올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5억9020만달러(약 818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2.3% 급증했다. K푸드 핵심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상반기 수출액 1억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설 정도로 한국라면 인기는 치솟고 있다.
라면 4사와 할인행사를 기획한 식품산업협회는 올해 창립 54주년을 맞는 국내 식품업계 대표 조직이다. 라면 4사는 물론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등 식품대기업을 비롯한 중견·중소 식품사 200여곳이 회원사다.
식품산업협회 회장사는 풀무원이다. 이효율 총괄CEO(전문경영인)가 2019년 2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재선임까지 포함해 올해로 6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풀무원도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수출도 전개 중이다. 하지만 회장사임에도 이번 가격할인 행사에 동참하지 못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협회가) 관련 연락을 주지 않았고 담당 사업부도 몰랐다”면서도 “자체적으로 할인 이벤트가 잡혀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유탕면 일변도 라면시장 '건면' 차별화
풀무원은 2011년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로 라면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기름에 튀긴, 흔히 유탕면이 아닌 건면을 택했다. 지금이야 농심, 삼양 등 메이저 라면사(社)들이 건면을 활발히 출시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건면시장에 뛰어든 식품대기업은 풀무원이 유일했다. ‘바른 먹거리’라는 기업 이미지와 함께 틈새시장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유탕면 중심의 국내 라면시장은 그 때에도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3각 구도로 풀무원이 틈을 비집기 힘든 상황이었다. 풀무원은 기업 이미지와 맞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이미지의 건면을 회심의 카드로 꺼내면서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했다.
당시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은 “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유탕면보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강라면 자연은 맛있다로 ‘이제는 생라면 시대’라는 슬로건으로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내년에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어느 마트에 진열된 풀무원 건면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news/photo/202407/1904587_1035138_108.jpg)
풀무원은 이후 2016년 ‘생면식감’, 2020년 리뉴얼 버전 ‘자연은 맛있다 로스팅’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며 건면시장 확장에 안간힘을 썼다. 특히 2019년에는 충북 음성공장 건면 생산라인을 두 배 증설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이 때는 농심이 ‘신라면 건면’으로 건면시장을 본격 공략한 시기와 맞물린다.
풀무원은 농심의 건면시장 진출에 내심 판이 커질 것을 기대했다. 이는 당시 광고에서도 알 수 있다. 풀무원은 광고를 통해 “신나면 건면 출시로 대한민국 라면시장이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라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제 오뚝이가 함께할 차례입니다”며 오뚜기의 건면시장 참전을 ‘도발’하기도 했다.
◇주력 생면사업 '주춤'…서울시와 협업 '서울라면' 기대
풀무원이 건면사업을 시작한지 올해 14년째다. 국내 건면시장 규모(2023년)는 업계 추정 1600억원 수준이다. 하림 등 신규 사업자들이 뛰어든 덕분에 더디긴 하지만 시장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중 농심이 연간 1000억원 정도를 차지한다. 건면 1위 제품은 개척자였던 풀무원이 아닌 연매출 200억원대의 농심의 신라면 건면이다. 풀무원은 ‘더미식’을 내세운 후발주자 하림에도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점(POS) 기준 라면 총매출액은 2조3899억원으로 전년보다 2.45% 증가했다. 농심이 1조3266억원으로 1위(점유율 55.3%)다. 이어 2위 오뚜기가 5110억원(21.4%), 3위는 삼양식품이 2802억원(11.7%), 4위 팔도는 2153억원(9.0%)으로 집계됐다. 4개사 도합 97%가 넘는다. 업력 14년의 풀무원은 점유율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효율 대표는 라면 빅3를 자신했지만 현실과 괴리는 여전히 크다.
물론 풀무원은 국내 생면(냉장면)시장에서 최강자다. aT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을 제외한 면류 소매시장에서 풀무원 매출은 755억원으로 총매출액 2908억원에서 30%가량을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년보다 11.4%p 하락했다. 관련 시장(-3.45%)은 물론 2위 CJ제일제당(-4.7%)보다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실제 풀무원 사업보고서(연결기준)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면류 및 레디밀 사업 총매출액은 3287억원으로 전년 3407억원보다 3.5% 감소했다. 전체 사업 매출 비중도 2022년 9.1%에서 지난해 8.3%로 0.8%p 하락했다.
![풀무원이 기대를 걸고 있는 ‘서울라면’ 2종. [사진=풀무원]](/news/photo/202407/1904587_1035139_1122.jpg)
이런 가운데 풀무원은 올 초 서울시와 협업한 신제품 ‘서울라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라면은 풀무원과 서울시가 협업한 건면 제품이다. K라면의 높은 관심 속에서 서울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기획된 것으로 풀무원의 건면 기술 노하우를 녹였다.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 65만개를 넘었고 6월까지 100만봉 가량 판매됐다. 조만간 수출에도 나선다.
풀무원 관계자는 “내달 미국 H마트에 서울라면 판매가 시작되고 10월 중동 이후 동남아, 유럽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며 “할랄 인증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