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STX중공업 품는다…공정위 “조건부 승인”
HD현대, STX중공업 품는다…공정위 “조건부 승인”
  • 우현명 기자
  • 승인 2024.07.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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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저해 우려, 3년간 경쟁사 부품 공급 요청 거절 불가 조치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국산화, 해외 영업망 공유 ‘긍정효과’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HD현대가 STX중공업을 조건부로 인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두 기업의 결합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결합회사는 향후 3년간 경쟁 엔진사의 부품 공급 요청을 거절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기업결합은 선박, 선박용 엔진, 엔진 부품 등 조선업 전반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기업집단 HD현대가 선박용 엔진, 엔진 부품 사업자인 STX중공업 및 그 자회사를 인수하는 결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엔진 부품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 및 선박 간 수직결합 △엔진 부품 간 수평결합 등 다양한 결합유형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했다.

공정위는 이 중 엔진 부품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의 경쟁제한우려에 대해 주목했다. 결합회사가 경쟁 엔진사인 한화엔진과 STX엔진에게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CS)를 공급하지 않아 엔진을 생산하지 못할 현실적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 80%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공급받고 20%는 STX중공업의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로부터 받고 있다.

그러나 STX중공업이 한화엔진의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의 계열회사로 편입되면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와 같은 판단에는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다. 또한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 운송비 및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은 크랭크샤프트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는다. 결국 한화엔진으로선 KMCS가 유일한 대체공급선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KMCS가 한화엔진 등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불리한 가격 또는 납기로 공급하게 될 경우 결합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것이라 봤다.

따라서 공정위는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의 안정적인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공정위가 마련한 안전장치에 따라 KMCS는 경쟁 엔진사가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요청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 지난해 계약 체결한 크랭크샤프트 공급 물량만큼은 매년 생산능력과 무관하게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경쟁 엔진사에 공급하는 크랭크샤프트의 가격을 금속가공제품 생산자물가지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납기를 지연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시정명령은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이번 기업결합으로 대형엔진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국산화, 해외 영업망 공유 등 글로벌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심사를 통해 ‘친환경 엔진 투자와 경쟁력 강화’라는 결합회사의 목적을 유지한 채 경쟁 엔진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중간재 시장에서 기업결합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될 경우 효율성 증대효과를 지키면서 경쟁제한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wisewoo@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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