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쇼트컷] '아이스크림 1위' 관심 없단 롯데, 빙그레의 속내
[박성은의 쇼트컷] '아이스크림 1위' 관심 없단 롯데, 빙그레의 속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7.03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제과-푸드 합병 롯데웰푸드, 해태아이스 품은 빙그레 점유율 엎치락뒤치락
작년 0.01% '박빙'…올해 제로·헬시플레저 '건강' 공통 키워드 치열한 경쟁 예고
어느 편의점에 진열된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의 아이스크림.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편의점에 진열된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의 아이스크림. [사진=박성은 기자]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롯데웰푸드).”
“점유율은 큰 의미 없다. 각자 하고 있는 사업을 할 뿐이다(빙그레).”

빙과(아이스크림) 시장의 전통적 성수기인 여름이 성큼 왔다. 이른 무더위 탓에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땀을 식히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사가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그럼에도 여름이 오가는 2~3분기(4~9월)에 아이스크림 매출이 훨씬 높다. 실제 국내 빙과시장 1위 롯데웰푸드의 작년 2~3분기 아이스크림 매출액은 약 4090억원으로 같은 해 1·4분기 총합(약 20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많다.

국내 빙과시장 양대 산맥은 롯데웰푸드와 빙그레다. 롯데웰푸드는 옛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흡수합병 후 간판을 교체한 회사다. 롯데제과와 푸드 모두 빙과사업을 해왔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다. 대형 아이스크림 플레이어가 4곳에서 롯데, 빙그레 2곳으로 압축된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합병으로 시너지를 당장 낼 수 있는 사업에 빙과를 꼽으면서 시장 1위를 탈환할 수 있단 자신감을 드러냈다. 빙그레 역시 메로나 위주의 바(Bar) 제품뿐만 아니라 해태아이스크림의 강점인 ‘콘(Cone)’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내수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단 의지를 보였다. 

국내 빙과시장은 2020년 당시 롯데제과가 1위, 이듬해인 2021년은 해태를 품었던 빙그레가 1위 사업자가 됐다. 2022년에는 그 해 7월 공식 출범한 롯데웰푸드가 점유율 42.44%로 빙그레(38.9%)를 제치고 다시 1위를 뺏었다. 작년의 경우 롯데웰푸드가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39.86%로 전년보다 2.58%포인트(p) 하락한 반면에 빙그레는 좀 더 오른 39.85%를 기록했다. 0.01% 차이, 거의 동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 올해 누가 빙과 1위 사업자가 될지 특히 관심이 많다. 

일단 롯데웰푸드와 빙그레는 겉으론 ‘빙과 1위’라는 타이틀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합병 이후 중복 또는 비효율적인 SKU(상품 종류 수)를 정리하는 등 효율화 작업을 지속했다”며 “앞으로 국내 빙과사업은 무분별한 단가 경쟁, 신제품 출시에 따른 외형 확대가 아닌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웰푸드는 빙과 제품을 2022년 700여개에서 현재 300여개로 두 배 이상 줄였다. 또 작년 빙과사업 영업이익(국내외 합산)은 720억원으로 전년 385억원보다 87.0% 개선됐다. 

롯데웰푸드의 죠크박(죠스바·스크류바·수박바) 제로 버전.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의 죠크박(죠스바·스크류바·수박바) 제로 버전. [사진=롯데웰푸드]
빙그레의 더위사냥·싱귤탱귤·파워캡 제로 버전. [사진=빙그레]
빙그레의 더위사냥·싱귤탱귤·파워캡 제로 버전. [사진=빙그레]

빙그레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장 1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트렌드에 맞는,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빙그레는 작년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1122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85% 급증했다. 창사 이래 영업이익 첫 1000억원 돌파다. 매출액도 10.0% 증가한 1조3943억원이다.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해외에서 선전한 영향이 컸다. 

롯데와 빙그레는 각각 수익성,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이지만 빙과사업이 주력인 만큼 ‘자존심’이 걸린 건 사실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 못지않게 내부 사기도 중요하다. 쫓기는 롯데웰푸드가 ‘제로(Zero)’ 카드를 꺼내자 뒤쫓는 빙그레가 ‘헬시플레저(건강관리를 즐겁게 하는 것)’ 마케팅으로 맞불을 놓는 자체가 올 여름 대목에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이미 건과에서 ‘무설탕·무당류’ 제로 마케팅으로 관련 시장을 선점한 경험을 앞세워 빙과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미 제로 브랜드 아래 7종의 아이스크림을 내놓았고 최근엔 스테디셀러 ‘스크류바·죠스바·수박바’ 제로 칼로리(0㎉) 버전을 잇달아 출시했다. 특히 지난 4월 선보인 스크류바·죠스바 제로 제품은 현재 누적 판매 2000만개를 달성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헬스&웰니스(H&W)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빙과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빙그레는 ‘파워캡’ 제로 슈거에 이어 이달 효자상품 ‘더위사냥’은 제로 디카페인 버전, ‘싱귤탱귤’은 제로 슈거·칼로리 버전을 선보였다. 자회사 해태아이스를 통해선 ‘폴라포 커피 제로슈거’에 이어 칼로리와 당을 모두 없앤 ‘아이스가이 제로제로 스포츠’를 출시했다. 여기에 올해 ‘투게더’ 50주년, 유산균 요거트 아이스크림 ‘요맘때’ 20주년, 해태아이스의 ‘누가바’ 출시 50주년 등 스테디셀러 마케팅을 병행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부합하는 빙과를 출시하며 건강한 제품 설계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