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디자인과 디자인 디테일을 분석해서 정확한 스케치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의복의 핏을 이해한 후에 작업지시서로 불리는 테크니컬 패키지 (Technical Package)의 모든 디테일을 확인해 실제 제작 공정 기술 전반을 진행하는 의복 생산 공정 디렉터이다.
패션테크니컬디자이너는 디자인 감성뿐 아니라 기술적인 전문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의복을 생산할 때는 단계적인 공정과 긴 배송거리 등의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는 변수가 많으며, 작업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으므로 시간관리 능력도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갖추고 있어야 할 요소로 여겨진다.
패션테크니컬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선진국과 상대하는 의류분야의 에이전트나 벤더 회사와 같은 무역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패션테크니컬 디자이너를 통해 독창적이고 일관성 있는 핏을 개발하면 국내 소비자의 체형과 눈높이에 맞는 의류 생산이 가능해지고, 결국 브랜드 매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날 수 있게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베이스 레이어 브랜드인 32 Degrees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박현희 패션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통해 들어봤다.
Q. 현재 미국 뉴욕에 있는 32 Degrees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계신데, 32 Degrees 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탁드립니다.
A. 32 Degrees 는 베이스 레이어 브랜드로서 “ALL DAY COMFORT” “매일을 편하게” 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의류의 가장 안쪽에 착용하는 속옷과 티셔츠 등을 체온변화 맞춰서 추울 때는 체온저하를 막아주고 더울 때는 땀을 빠르게 흡수 하는 보온성과 통기성, 신축성 등을 고려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테크니컬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계신데, 어떤 일을 주로 하십니까?
디자인이 나오면 디자이너와 작업에 대해 함께 상의하고, 테크니컬 패키지라는 작업 지시서를 만들고 해외 공장에 보내는 과정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디테일한 치수와 핏을 수정을 통해 정하게 됩니다. 제품이 사이즈에 따라 치수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 치수를 정하는 것 역시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2 Degrees는 전세계 코스트코에서 판매가 되는 세계적인 브랜드인 만큼 저희 브랜드에 맞는 봉제 메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저희 회사에서는 보통 “POM LIST, POM SKETCH” 라고 부르는데 이는 옷의 치수를 재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서 어느 부분까지 재야 하는지에 대한 메뉴얼과 그를 스케치로 표현하여 가시적으로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만든 매뉴얼입니다.
그런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 역시 하고 있습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이렇게 의류제품의 기획부터 생산단계 전면에서 의류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패션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저희 회사와 같은 글로벌 의류 회사의 경우, 대량생산, 해외 생산을 많이 하게 됩니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옷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해외의 제작업체 사이에 전문적이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때 소통에 필요한 서류가 있어야 중간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되는데, 그 서류를 제작하고 전반적인 제작공정을 정확히 지시하는 것이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Q. 그렇다면 한국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많이 알려진 직업 같습니다.
A. 한국에서는 대량생산과 해외생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 직업에 대한 큰 수요가 없었습니다. 현재에는 해외생산 공정을 거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테크니컬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한국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일을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일반 패션 디자이너 보다 일자리 공고도 더 많은 편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연봉도 더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패션업계에서는 스페셜리스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일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A. 어렸을 때부터, 패션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로 친언니가 있던 말레이시아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 전공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계기로 저는 상업패션의 꽃인 뉴욕으로 가서 공부를 마치고 뉴욕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뉴욕의 패션 스쿨인 FIT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전공으로 일하면서 패션 업계의 전반적인 비즈니스와 체계, 그리고 트렌드 등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제가 배웠던 패턴 메이킹 기술을 살려 현재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Q. 그럼 어떤 준비와 노력을 통해 이 일을 하게 되셨습니까?
A. 평소에 꼼꼼하고 세심한 것에 잘 집중하는 성향이 있어서 이 직업을 알게 된 후로, 이 직업이 저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말레이시아에서 패션 디자인 전공을 했을 때, 기본으로 배웠던 것이 패턴 메이킹이었습니다.
패턴 쪽으로 많이 알아야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단 마지막 학기에 Cinq a Sept라는 미국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패턴, 전체적인 생산 공정, 디자인등에 대해서 배우는 경험을 쌓았고 졸업 후에는 현재 회사의 여자 디자인팀에서 일하면서 이 회사만의 방식과 디테일을 배우는 경험을 토대로 현재 회사의 남자 디자인팀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식으로 배우기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패턴실도 많이 가보는 등 실무경험을 쌓는게 중요합니다. 어떤 바늘과 어떤 재봉틀을 써야 이러한 모양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옷을 실제 사람에게 입혀보았을 때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어떻게 패턴을 수정하고 옷의 수치를 수정해야 원하는 핏이 나오는가 하는 것들은 실무교육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분야 진출을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기술 등이 있나요?
A.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캐드, 엑셀 등 여러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테크니컬 패키지를 작성합니다. 물론 패턴을 제작하고 수정하는 프로그램도 알아야 합니다.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이라고 해서 제품의 전 생명 주기를 통해 제품의 관련된 정보와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인데, 여기서의 제품의 생명주기라는 것은 초기의 제품의 요구사항부터 개념 정의, 개발 및 생산 그리고 유통과 서비스 마지막 단계인 운용 및 유지보수 그리고 폐기나 재활용까지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PLM은 회사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봉제 관련 기술, 패턴 제작 기술, 의복 생산 과정 전체에 대한 지식 등도 필요합니다. 여러 해외 제작 업체와 소통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어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Q. 이 직업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디자이너로 일했을 때 디자이너를 꿈꾼다고 말하는 중·고교생들을 보면 “너희가 상상하는 것과 많이 달라”라고 얘기를 해줬었습니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거든요. 패션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일종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다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회사에 더욱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Q.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 않나요?
A.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내가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보람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잘 팔리는 옷,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디자인하면 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패션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지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남들은 쉽게 못합니다. 영어는 물론 실무용어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요즘 제작공정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저희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런 중요성을 느낄 때 보람이 큽니다.
Q. 앞으로 이 직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A. 많은 글로벌 패션 회사들이 해외 생산을 필수적으로 하면서 해외와의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작업지시서를 만드는 중간 전문가가 필요해지고 이 분야에서 인력을 구하는 케이스가 일반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구하는 케이스 보다 체감상 훨씬 많게 느껴지고 있고, 대기업에서 계속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채용하다보면 중소기업이나 작은 기업들도 이러한 기류를 따라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앞으로 디자이너 역할은 조금 줄고, 중간 과정을 하는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역할은 늘어날 겁니다.
[신아일보] 강동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