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리스크 해소, 귀화 가능성↑…롯데지주 지분 0.01% 확보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 또한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각 기업들은 이에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최신 임원인사로 일선에 등장한 오너가(owner+家) 2~4세들이 총대를 멨다. 본지는 새로운 기회 마련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하려는 주요 기업들의 오너 2~4세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우리 아들이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22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 기념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유열 당시 롯데케미칼 상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롯데그룹은 같은 해 12월 6일 단행한 ‘2024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유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소속을 롯데지주로 바꾸고 초대 미래성장실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3월에는 신 전무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병역 문제도 해소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신 전무가 빠르면 올해 전면에 나서 그룹의 신사업 발굴·육성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승진 후 활발해진 대외활동…재계 이목 집중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전무는 1986년생으로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하며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신 전무는 2022년 롯데케미칼 동경지사 상무보로 승진하며 경영수업에 본격 돌입했다.
신 전무의 대외행보는 지난해 6월 한국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 내 미래성장TF(태스크포스) 조직이 구성·가동되면서부터 두드러졌다.
신 전무는 올해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 공식 데뷔했다. VCM은 신동빈 회장의 주재로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그룹의 다양한 현안을 살피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진행되는 회의다. 신 회장을 따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 전무는 신 회장이 다른 임직원 없이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내 롯데면세점을 둘러볼 때도 함께했다.
신 전무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4’를 찾아 AI(인공지능) 기술과 바이오헬스 기술 등을 파악했다. 롯데지주는 연장선으로 3월 롯데월드타워에서 그간 신 전무 중심으로 공들여온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와 생성형 AI ‘아이멤버’ 등을 한 데 모은 전시관을 공개했다. 신 전무는 이외에 롯데호텔의 ‘L7 시카고 바이 롯데’ 리브랜딩 개관 행사,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의 EVSIS America 설립을 위한 계약체결식 등에도 참석했다.
◇父와 닮은 행보…'미래 먹거리' 바이오 활동반경 확장
재일교포인 신유열 전무의 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부로 만 38세가 되면서 병역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병역법 제71조(입영의무 등의 감면) 제1항 제11호에는 ‘국적법 제9조에 따라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38세부터 면제된다’고 명시됐다.
신동빈 회장도 과거 자신의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워진 만 41세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듬해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 회장은 이후 코리아세븐 대표, 롯데닷컴(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전신) 대표,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 대표 등을 역임했다. 때문에 신 전무 역시 신 회장과 비슷한 길을 걸을 확률이 높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 전무는 특히 그룹 미래 성장의 핵심사업으로 낙점한 바이오에서 활동반경을 넓힐 전망이다. 신 전무는 지난 임원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도 선임됐다. 신 전무는 주기적으로 사업보고를 받을 뿐 아니라 관련 지식을 익히는 데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무는 병역 의무가 해소되기 전인 올해 2월 23일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등기됐다. 롯데그룹 국내 계열사 등기임원 명단에 최초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상법상 규정된 등기임원에게는 이사회에서 의견을 밝힐 수 있을 권한은 물론 경영손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등을 져야할 의무가 부과된다. 신 전무가 그룹 바이오 사업에서 존재를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 전무는 이런 가운데 이달 4일(보고의무발생일) 롯데지주 주식 7541주(0.01%)를 취득했다. 신 전무가 롯데지주를 포함해 그룹 상장사 지분을 매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의사결정 정점인 롯데지주에서도 영향력을 차근차근 키우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