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물류이관·11번가 강제매각·롯데온 희망퇴직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쿠팡이 네이버와 양강(兩强)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후순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자 물류 기능을 전문 기업에 이관하거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11번가·롯데온 등 쿠팡을 제외한 1세대 플랫폼들이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이 큰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통계청 집계 기준 약 227조원에 달했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26년에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직구(직접구매) 성행으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여전히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쿠팡은 시장 확대에도 약 25%(공정거래위원회 추산)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 또는 제고하기 위해 ‘로켓배송’ 전국화에 속도를 낸다. 쿠팡은 앞으로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6년까지 경북 김천·충북 제천·부산·경기 이천·충남 천안·대전·광주·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설비투자를 추진한다. 쿠팡은 이를 통해 전국에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사실상 ‘전국 인구 100% 무료 로켓배송’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현재 쿠팡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 로켓배송을 시행 중이다.
G마켓은 CJ대한통운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식의 물류기능 이관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G마켓의 익일보장 택배는 빠르면 오는 7월부터 CJ대한통운을 통해 이뤄진다. 또 G마켓 ‘스마일배송’ 주문 마감시간도 종전 오후 8시에서 자정으로 연장된다. 그룹 관계사인 SSG닷컴은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G마켓과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차별화된 경쟁력인 그로서리(식료품) 분야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강재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나일홀딩스의 11번가 지분 매각 희망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본사도 오는 9월 서울스퀘어에서 임대료가 3분의1 수준인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희망퇴직 등을 진행한 데 이어 본사를 옮기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11번가의 최근 3년간 누적 적자는 3467억원에 달한다.
롯데온은 사모펀드 출신의 박익진 대표 체제로 전환한 첫 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0년 롯데온 출범 이래 최초로 근속 3년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기존에는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개별면담을 통한 권고사직만 단행했다. 더욱이 롯데온의 전신으로 기존 국내 유통기업 중 처음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내디딘 롯데닷컴까지 들여다봐도 이례적이다. 롯데온의 인력 구조조정은 사실 예견된 일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번의 흑자 없이 4년간 4925억원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 등은 각각 2022년 9월, 2023년 4월과 3월 큐텐 품에 안겼다. 이들 플랫폼은 큐텐의 글로벌 커머스 역량과 네트워크, 관계사인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해외직구 분야를 키우고 있다. 특히 큐텐이 유럽·미국 기반의 위시(Wish)까지 인수하면서 K(코리아)브랜드 상품의 해외 판로 지원(역직구)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라며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거나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