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인력수급' 우려…"임금체계 개편, 고령인력 활용"
기업 10곳 중 7곳이 저출산‧고령화로 조만간 인력부족, 내수기반 붕괴 등 경제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 100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8.3%는 응답 기업들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위기 도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경제위기 도래 시기는 평균 11년 이내며 6~10년이 42.7%로 가장 많았다.
기업 절반(45.8%)은 저출산․고령화 영향 중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인력 수급’을 꼽았다. 이어 △시장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2%)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7.5%)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의 어려움(15.0%) 순으로 답했다.
또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가 평균 9년 이내 현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 대응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인력 활용 환경 조성(35.0%)을 택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고령인력 계속고용의 애로사항으로 높은 인건비 부담(35.8%)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급 체계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어 △고령인력 재교육 확대 등 고령층 취업기회 확대(29.2%) △근로시간 유연화 보육부담 완화 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24.2%) △취업비자 발급요건 완화 등 외국인 고용규제 개선(7.5%) 순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적 제도들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활용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가 기업 내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응답 기업의 44.2%에 그쳤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37.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업의 인식 및 의지 부족(25.9%), △경직적인 기업 문화(25.9%) 등을 지적했다.
일·가정 양립제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로는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41.7%)을 꼽았다. 이어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35.8%), △중소기업 지원 및 정책자금 확대(18.3%)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40.0%)라고 밝혔다. 이어 △시차출퇴근, 재택근로 등 유연근로제 확산(23.3%)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14.2%)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서비스 확충(8.3%)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경협은 “저출산‧고령화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 확산 등 육아부담 완화 정책과 함께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세부담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AI를 통한 생산‧물류시스템 효율화 등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가 산업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세제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