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주공3 재건축' 공사비 지급 방식 갈등…계약서엔 변경 근거 없어
'송현주공3 재건축' 공사비 지급 방식 갈등…계약서엔 변경 근거 없어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3.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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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분양률 기준서 '공사 진척도 기준'으로 바꿔달라 요구
조합원 "착공 지연하며 불리한 조건 바꾸려 해…계약대로 해라"
GS건설과 공사비 분쟁을 빚고 있는 대구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 GS건설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했다. (사진=남정호 기자)
GS건설과 공사비 분쟁을 빚고 있는 대구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 GS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사진=남정호 기자)

대구 송현주공3단지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관련 갈등을 빚고 있다. GS건설이 3.3㎡당 공사비 49% 인상과 공사비 지급 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데 조합원들의 반응이 차갑다. 공사비 인상은 계약상 물가인상률 정도를 고려할 수 있지만 공사비 지급 방식은 계약상 변경 근거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착공을 지연하며 불리한 계약 조건들을 바꾸려 한다고 주장한다. GS건설은 조합 등과 협의를 통해 원만히 상황을 풀어나간다는 견해다.

21일 송현주공3단지재건축조합과 GS건설에 따르면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송현주공3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29층 11개 동, 1498가구 규모 '상인센트럴자이'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17년 1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2021년 3월30일 공사비 3213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계약 다음 날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현재 이주와 철거를 마친 상태지만 착공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송현주공3단지 조합원들은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 GS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GS건설이 착공을 지연해 공사비를 올리고 기존 계약에서 불리한 조항들을 모두 바꾸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조합원과 GS건설 따르면 GS건설이 새로 제시한 조건은 3.3㎡당 공사비를 기존 429만원에서 641만5000원으로 49% 높이고 공사 기간을 기존 33개월에서 42개월로 늘리는 것이다. 공사비 지급 방식도 애초 분양불(분양률에 따라 공사비 지급)에서 기성불(공사 진척도에 따라 공사비 지급)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여기에 조합원 90%가 분양 계약해야 착공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분양불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 수분양자들의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반면 기성불은 공사 진척도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조합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공사비를 조달해야 한다.

GS건설에 따르면 2021년 3월 GS건설과 조합이 맺은 본계약에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공사비를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공사비 지급 방식 변경 관련 내용은 없다.

조합원들은 GS건설이 이들 조건이 아니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시공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했다.

한 조합원은 "얼마 전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 GS건설 직원 2명이 설명회 한다고 왔다. 설명회를 한다면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각자 윈-윈(win-win)하는 설명회를 열어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물러나거나 시공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하고 올라갔다"고 질타했다.

이 조합원은 또 "GS건설에서 요구하는 건 저희가 봐서는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며 "원안에서 하나라도 그대로 지켜진 게 없다. 이 모든 것이 GS건설의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GS건설에 당초 계약 사항을 지키면서 공사비에 대해 협상하자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GS건설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상승과 맞물려 현재 대구 분양 시장도 워낙 안 좋아 대부분 사업이 멈춰있는 상태"라며 "당사는 조합과 협의해 공사비 및 공사비 지급 방식을 분양불에서 기성불로 바꾸는 안을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공사비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대신 당사도 공사비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합 측, 비대위 측과 협의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GS건설에 분양불로 공사비를 다시 제안하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