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코코아값…롯데 '가나초콜릿' 사업 확장 '브레이크' 되나
치솟는 코코아값…롯데 '가나초콜릿' 사업 확장 '브레이크' 되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3.0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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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콜릿 1위 롯데웰푸드 간판 브랜드, 가나산 年 4500여t 수입
이상기후 작황 불량에 1년 새 가격 136% 급등…수급난 '전전긍긍'
내년 50주년…디저트 포지셔닝,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 '장애물' 우려
어느 편의점에 판매 중인 가나초콜릿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편의점에 판매 중인 가나초콜릿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웰푸드 간판이자 토종 대표 초콜릿 브랜드 ‘가나’에 위기감이 감돈다.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 급등에 따른 이른바 ‘코코아 쇼크’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하다간 제품명과 다르게 가나산(産) 코코아를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내년 출시 50주년을 앞두고 ‘제2의 도약’을 위해 한창 진행 중인 브랜드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2023년 기준 국내 초콜릿 제조사 점유율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롯데웰푸드의 대표 초콜릿 브랜드는 ‘가나’다. 1975년 3월 출시된 이래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액은 1조3000억원을 웃돈다. 판 형태의 순수 초콜릿으로 국내 매출 1위 브랜드다.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를 제품명 그대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공급 받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가나에서 연간 4500t가량의 코코아를 수입하는데 평균 수입단가는 갈수록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의 2023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코아 원두 ㎏당 평균 수입가는 2021년 3434원, 2022년 3711원, 2023년 3분기 4154원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올 들어서도 코코아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가격(계약단위 10t)은 5일 기준 6586달러로 올 1월 2일 4275달러와 비교해 약 두 달 새 54.1% 뛰었다. 1년 전(2790달러)에 비해 136.1% 급등했다. 

코코아 가격이 갈수록 치솟는 이유는 이상기후 등으로 가나를 비롯한 주산지에서 코코아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서아프리카의 가나,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2/3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지역은 가뭄과 병충해 확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올해 전 세계 코코아 재고량에서 14만6000여t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제열대농업연구센터(CIAT)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카카오 재배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롯데웰푸드는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고민이 많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나 등지에서 코코아 작황이 좋지 않다보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금방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코코아 쇼크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급처 다변화를 하거나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하는데 둘다 여의치 않다. 공급처 다변화와 관련해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기존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양질의 코코아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가나 외에도 원료 수급처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많은 초콜릿 기업들이 수급 다변화를 동시 검토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롯데웰푸드가 가나초콜릿 원료 공급 다변화를 꾀해도 원산지표시제도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국내 원산지 표시법에 따르면, 주원료를 여러 국가로부터 수입할 경우에는 원산지를 ‘외국산’으로 표시해야 한다. 

일례로 ‘프리미엄 가나’ 초콜릿 포장재를 살펴보면, 코코아매스(코코아빈: 가나산), 코코아버터(외국산: 말레이시아·싱가포르·네덜란드 등)로 표기됐다. 코코아매스 또는 카카오매스는 수확한 카카오 열매에서 카카오빈을 추출한 다음 코팅·분쇄해 열을 가한 것으로 초콜릿의 실질적인 주원료다. 롯데웰푸드가 향후 가나산 코코아 원료 수급이 여의치 않아 다른 국가에서 주원료를 공급 받는다면 규정상 포장재를 바꿔야 한다. 

‘프리미엄 가나’ 포장재 뒷면. [사진=박성은 기자]
‘프리미엄 가나’ 포장재 뒷면. [사진=박성은 기자]
2022년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됐던 ‘가나 초콜릿 하우스’ 팝업. [사진=박성은 기자]
2022년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됐던 ‘가나 초콜릿 하우스’ 팝업. [사진=박성은 기자]

가격 조정 역시 지속된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 불만이 쌓여가는 가운데 정부가 식품업계 전반으로 인상 자제 압박을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가나초콜릿 가격인상은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이 가장 최근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원료 재고가 길게 남지 않아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건 맞다”면서도 “가격 조정도 당장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코아 쇼크가 장기화되면 내년 출시 50주년을 맞아 가나초콜릿 경쟁력 강화에 나선 롯데웰푸드 입장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가나초콜릿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21년 500억원, 2022년 560억원, 2023년 580억원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목표액은 600억원이다. 

롯데웰푸드는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하고자 ‘디저트로서의 가나’를 강조하고 있다. 수요가 활발한 디저트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의 가나초콜릿 마일드·밀크·다크뿐만 아니라 2021년 빅모델 전지현을 앞세운 디저트 초콜릿 ‘가나 앙상블’을 선보였고 지난해 12월에는 상위 라인업 ‘프리미엄 가나’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이와 함께 2022년 서울 성수동, 지난해 부산 전포동 등지에 팝업스토어 ‘가나 초콜릿 하우스’를 잇따라 운영하면서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 이달 9일부터는 성수동에 다시 팝업을 열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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