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산분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원칙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기술 발전 등으로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과거의 규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금융산업의 BTS가 나올 수 있도록 금융권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한국은 과연 어디에 있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으나, 여전히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아일보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K 금융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한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수수료 등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만이라도 바로 잡아줬으면 합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바라는 카드사 한숨이 깊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금융당국이 국내 카드사가 해외 렌터카 업체를 인수하는 등 해외 비금융 자회사 보유 진입 장벽을 낮추고,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수개월째 지지부진하며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카드 산업 활성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결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만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득하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카드사 종지업 허용 방안을 논의했다. 

5대 시중은행 고유 업무를 비은행권에 허용하며 과점 체제를 흔들 메기를 풀겠다는 의도다.

종지업은 카드업계 숙원 사업이다. 

종지업이 도입되면 카드사들은 은행처럼 계좌를 발급하고 급여 이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은행에 납부하는 결제 수수료 등 금융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자금 조달 경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카드사 종지업 허용은 한국은행 반대에 막혀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은행은 은행법에 따른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을 적용받지 않아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비금융권 종지업 허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나 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과의 협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종지업 허용이 법 개정과 제도 개선 등 하루아침에 이뤄질 사업은 아닌 것은 안다"면서도 "종지업이 허용되면 카드사가 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 절감을 통해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카드 혜택 확대는 물론 결제 편리성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7월 금융당국의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발표된 '금융사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 확대' 방안도 답보 상태다. 

당시 금융당국은 출자 제한을 완화해 은행과 금융지주사가 해외 비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보험사가 해외 은행을 소유하고, 카드사가 해외 렌터카 업체를 인수 하는 등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었다. 

규제 완화가 답보인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빅테크 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드사들은 2012년부터 금융당국의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통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책정받고 있다. 

가맹점에서 받아야 할 최저 수수료율을 사실상 국가가 정하는 셈이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을 기준 올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50%, 체크카드는 0.25%가 적용된다.

반면 관련법에 접촉받지 않는 전자금융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업체 결제 수수료율을 보면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0.83%, 카카오페이 0.79%, 비바리퍼블리카(토스) 0.90% 등인데, 이는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0.24~0.40%포인트(p), 체크카드보다는 0.54~0.65%p 높은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마다 규제 차이는 있지만 한국처럼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된 나라는 없다"면서 "애플사의 경우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저축예금 상품 '애플 통장'을 선보이고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결제를 넘어 빅테크 기업 인수를 통해 독립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디지털 금융 등 시대가 바뀌는 추세에 안전성을 핑계로 한 금산분리 규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며 "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역행하는 규제는 완화를 넘어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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