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반 '원희룡 장관'과 차분한 기 싸움으로 분위기 주도
올해 국토위 국정감사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이슈가 많아 곳곳에서 여야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때 대권을 노렸던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 증인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자칫 혼란에 빠질 수 있는 국토위 국감을 다잡고 갈 중책을 맡았다. 그는 특유의 꼼꼼하고 분석적인 리더십을 무기로 삼는다. 국감 초반 원희룡 장관과 차분하게 벌인 기 싸움은 감사장 분위기를 잡는 데 효과적이었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국토위는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국토·교통 분야 31개 기관과 서울시, 경기도를 대상으로 오는 27일까지 국정감사한다.
지난 10일 국토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을 시작으로 감사 일정에 돌입했다.
올해 국토위 국감은 김민기 위원장이 이끈다. 더불어민주당에 적을 둔 김 위원장은 '용인시을' 지역구에서 이번 21대 국회까지 3번 연속 당선됐다. 육군에서 중위 전역한 그는 중소기업은행을 거쳐 2006년 제5대 용인시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 21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장과 민주당 용인시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민기 위원장은 의정 활동 과정에서 상당히 성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재석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최근 서울-양평고속도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부실 논란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과정에선 특유의 꼼꼼함과 분석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국토위 국감에서도 김 위원장은 조목조목 따지고 정리하는 교통정리형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일 국감 첫날에도 그만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
김민기 위원장은 증인들에 대한 국토위원들의 요구 사항을 정리하면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차분하게 초반 기싸움을 벌였다. 최인호 민주당 간사가 원희룡 장관에게 국회 무시, 국정감사 방해,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 투성이 용역사의 비용편익(BC) 분석을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원 장관이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 차원으로 정리하고 넘어갔다. 결론적으로 원 장관의 사과를 받지 못했지만 큰 소란 없이 감사를 진행 시켰다.
김 위원장은 자료 제출 관련 원희룡 장관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원 장관이 BC 분석에 따른 로우(raw)데이터를 제출하겠다고 3차례 정도 얘기하고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에도 원 장관은 사과하지 않았지만 증인들이 자료 제출에 신경 쓰도록 위원장 차원에서 차분한 어조로 분위기를 잡았다.
김민기 위원장은 올해 국감을 시작하면서 감사위원들과 수감 기관 관계자들에게 민생을 고려한 정책 감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등 우리 위원회의 수감 기관들은 주거와 교통 정책 등 국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책을 다루는 민생 부처"라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실시되는 이번 국정감사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의 여러 당면 민생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