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징 높은 가운데, 국가의 금전 지원이 노인들의 우울감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2023년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노인 다차원적 빈곤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전소득의 조절적 역할에 관한 탐색적 연구(가톨릭대학교 송치호)' 논문에 따르면 3년간 패널 조사에 응답한 65세 이상 노인 3636명에 대해 소득·주거·의료·교육 등 4가지 차원의 빈곤 여부와 우울감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빈곤이 우울감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가구 가처분소득이 중윗값의 50% 미만일 경우(소득), 주거비 지출이 가구소득의 30% 이상이거나 최저주거기준 가구원수별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주거), 의료비 지출이 가구소득의 40% 이상일 경우(의료), 고졸 미만일 경우(교육) 빈곤하다고 봤다.
연구진은 빈곤이 우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급여 등 '공적이전'과 민간보험, 가족지원(자녀 등으로부터의 지원) 등 '사적이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공적이전 중 기초연금과 기초보장급여만 우울감을 완화해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과 기초보장급여는 정부가 주는 대표적인 현금성 급여다. 기초연금이나 기초보장급여를 수급하는 경우 빈곤 위험이 있는 경우나 없는 경우 상관없이 수급하지 않는 경우보다 우울감이 적었다.
이와 달리 국민연금은 빈곤 여부와 상관없이 수급자의 우울감이 비수급자보다 도리어 높았다.
급여 수준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우울감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보험 수급이나 가족 지원도 '빈곤의 우울'을 감소시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지원을 받는 경우 빈곤 위험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이 없는 경우보다 우울감은 더 높았다.
이는 가족으로부터의 사적이전이 경제적 도움은 어느 정도 됐겠으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논문은 "노후의 경제적 불안정은 개인적 차원의 접근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며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과 비교할 때 불명예스러울 정도로 높은 한국의 극심한 노인빈곤 감소를 위해 정책 개발과 실행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2021년 37.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또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9년 기준 46.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