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잇단 행보...보수 '빅텐트' 실현될까
이명박-박근혜, 잇단 행보...보수 '빅텐트' 실현될까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9.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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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상징성 있지만 영향력 미지수… 尹대통령과 회동해야"
尹·朴·李 화학작용 글쎄… "본인 세력 키운 뒤 샅바싸움 할 수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잇단 행보가 주목을 받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빅텐트'가 실현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김 대표는 앞선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5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등 전직 대통령 관련 접촉면을 넓혀 온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도 찾아뵈려고 몇 차례 의견을 나눴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안 좋고 여러 가지 당내 일로 지연됐는데, 추석을 앞두고 찾아봬 다행이다"며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던 옛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담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뵌다고 했더니 '한 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드려 달라고 했고,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더니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김 대표의 발언 가운데서 주목할 것은 '보수 대단합'이다.

김 대표는 다음해 총선에서 자문 등 박 전 대통령 역할론 관련 질문에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자리는 아니다"면서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 등을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지난해 12월 사면·복권 이후 이 전 대통령은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 참배, 연극 '파우스트' 관람, 청계천 산책 등 몇 차례 공개 행보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들어 대외 활동에 나선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옛 친이·친박계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힘이 이들을 끌어 안는 총선 전략을 구사할 지가 세간의 관심사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를 '보수 대단합'의 단초로 여기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게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분명히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지만, 그 상징성이 영향력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선 그었다.

신 교수는 "보수 대통합이 되기 위해선 상징성과 영향력을 함께 지녀야 하는데 상징성이 곧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만난다면 윤 대통령이 지닌 영향력과 박 전 대통령이 지닌 상징성이 결합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이번 만남이 '보수 대통합' 보다는 보수 세력 내 물밑 견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명 '적과의 동침' 관계라는 것이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현역 국민의힘 의원을 이긴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며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정말 보수 대연합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본인 세력의 힘이 커졌을 때 샅바싸움을 하려는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윤 대통령 사이 과거사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바 있고,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총선을 치를 때 서로 거세게 대립각을 세우며 '공천 학살'의 중심에 선 적 있다. 이같은 지나간 과거 때문에 과연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이 전 대통령 사이 화학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 남는다는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정을 맡았지만 현안 등 중앙정치 관련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거취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 진영 내에서 홍 시장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상 총선 국면에서 어떤 합종연횡이 벌어질 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mjkang@shinailbo.co.kr